이틀 동안의 봉쇄, 그리고 두 번의 핵산 검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봉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어느 동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더라, 아니다 옆 동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더라, 시스템이 고장 났다더라, 집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더라, 단지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더라.. 대부분 카더라 정보였으며 사람들은 눈치껏 상황을 살피며 집안에 머무르고 있다.
작금의 상황을 보아하니 이번 주는 글렀나 보다. 어차피 중국이란 곳이 원인과 결과를 자세히 공유해주는 나라도 아니고, 일개 외국인인 내가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마음이 들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행스럽게도 봉쇄 2주 전부터 물과 쌀을 준비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비롯한 여러 먹거리들, 그리고 휴지나 비누, 치약 같은 생활용품들도 충분히 준비해둔 덕에 뉴스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사재기에 나를 던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더 안도하게 해 주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이들은 등교할 필요가 없고 나는 출근할 필요가 없다. 이르게 시작하는 느려도 되는 아침. 그리고 그 아침이 기약 없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 이런 시간은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은 이후로 거의 처음 맞이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밤늦도록 넷플릭스를 보고 음악도 많이 듣고 다양한 책을 읽었다. 거의 매일 한 시간씩 홈트도 열심히 하고 피아노도 치고 꽃꽂이도 하고 화초도 가꾸었다.
계속 집안에 머물러야 하고 주방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눈길 닿는 곳에 초록을 보고 싶어서 테라스에 있던 화분 몇 개를 식탁 위로 가져왔다. 일교차가 심한 테라스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니 잎이 그새 무성해졌다.
봉쇄가 되면서 나는 무엇보다 요리에 진심이려 노력했다. 아, 노력했다기보다는 즐겼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본래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그동안 일하랴, 아이들 돌보랴 요리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그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팬데믹으로 한국을 오가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그로 인해 이곳에서 내가 아이들의 유일한 보호자가 되면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나는 요리로 아이들의 마음을 달랬던 것 같다.
신선한 채소와 풍성한 과일을 준비하고, 고기도 구워 먹고 생선도 구워 먹고, 매생이 전과 가지 튀김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 쉽게 할 수 없었던 요리도 했다. 아이들은 모든 음식을 아주 맛있게 잘 먹었으며 덩달아 나도 잘 먹게 되면서 회사를 다닐 때 보다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회사 입장에서 듣는다면 탄식을 할 일이겠지만, 꼼짝할 수 없는 봉쇄는 나에겐 재충전의 시간과도 같았다. 아, 이런 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워라벨인가?라고 생각하며 나는 기약 없는 이 시간에 꽤나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뭐든 적당해야 하는 법이다. 지금까지는 봉쇄의 시간이 답답함보다는 힐링의 시간이 되었지만, 이 상황이 더 길어지면.. 흠.. 나도 어떻게 해야 할는지 막막하다. 적당한 때에 나는 출근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를 가야 지금 이 시간도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무튼 내일도 모레도 봉쇄이니, 지금은 일단 넷플릭스를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