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존

배달금지

by Rhea

설마 했는데 봉쇄가 길어진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뭔갈 할 수는 없는. 그런 시간들이 끝을 모른 채 흘러가고 있다.


미리 생필품을 충분히 사두기도 했었고, 봉쇄 전날까지도 마트에서 사재기를 해서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든든하다며 시작했었는데, 속절없이 길어지는 봉쇄기간에 그 자신감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나는 남은 두루마리 휴지 개수를 세며 아이들에게 아껴 쓰자 말했고, 커피도 아껴마시기 시작했다. 들어갈 자리가 없을 만큼 사뒀던 식빵도 이제 두 봉지만 남았다.


가장 큰 걱정은 물이었다. 많이 사뒀다 생각했는데, 밥 짓고 국 끓일 때 생수를 사용해서 그런가. 2리터 생수병이 8병만 남은 것이다. 하루에 2리터 한 병은 족히 마시니, 어쩌면 일주일도 보낼 수 없는 양이었다. 그렇게 계산이 된 순간, 나는 매우 불안해졌다.

단지 안에서 공유되고 있는 물, 야채, 쌀 공구 방에 들어가 닥치는 대로 주문했다. 이런 때를 이용하여 공구 방에서 돈을 먼저 받고 먹튀를 하는 등의 사기도 있다 했지만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떤 곳이 배송이 가능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주문이라도 되는 곳에서 모두 주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세 군데에서 물을 주문했고, 그중 한 곳에서 배송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날 오전 일찍 나는 5리터짜리 물 8통을 받을 수 있었다!! 아!! 무거운 물을 아파트 입구부터 집까지 날라주는 자원봉사자분이 얼마나 고맙던지!! 나는 연이어 페이창 깐씨에!! 를 외치며 감사를 표했다.

뒷 베란다 한켠을 가득 채운 물을 보며 뿌듯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지금부터 모든 배송이 중단된다는 발표를 듣게 되었다. 봉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확진자가 나오는 이유가 배달 때문이라며, 이젠 특별 허가를 받은 배달도 안되고, 단지 내 자원봉자사들에 의한 배달도 모두 금지라 했다.

아.. 정말 아슬아슬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물을 받지 못했을 뻔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헛헛하게 웃고 말았다. 정말 말도 안 돼.. 지금 정녕 2022년이란 말인가.


하기야 지구 저쪽에서는 2022년에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정말이지 세상이 요지경이다. 이런 상황도 이렇게 당황스럽고 황당하고 막막할진대,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얼마나 믿을 수 없는 현실일까. 봉쇄로 잠시 잊고 있었던 그곳 사람들이 떠올랐다.


봉쇄가 길어지며 상해 정부에서 야채와 고기 생선 등을 한데 묶은 보급품으로 나눠주었다. 사람들은 와~ 하며 받기보다는 왜?라는 마음으로 보급품을 받았다. 이걸 왜 주는 거지? 봉쇄가 얼마나 늘어나기에 이걸 주는 거지?


지적 자본론에서 칸트의 이론을 빌려 인간은 이성이 있고 그래서 선택할 수 있기에 자유로운 존재라 했다. 그런데 문 밖을 나서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기본적인 선택을 제한해 버리니, 정말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부자유’인 셈이다.


나는 다시 쌀을 두 군데에서 주문했고 야채도 두 군데에서 주문했다. 물론 모두 배송이 될지, 된다면 언제 될지 모른다. 늦은 밤 위쳇 단체방을 돌아다니며 정신없이 기약 없는 공구를 하다 이내 조금 슬퍼졌다.


봉쇄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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