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의 권위
작년에 영국의 클러스터에서 전시 참여 메일을 받았다. 변신 (Metamorphosis )라는 주제로 전 세계 작가들에게 오픈콜 한다는 제안을 해 왔다. 판화를 전공한 나에게 검프린트의 네거티브 필름은 일종에 판이었다.
2007년부터 시작된 검프린트는 나에게 짝사랑 같았다. 검프린트와 헤어진 지 5년이 되었을때즘 , 클러스트 덕분에.. 이제 못 만날 것 같은 나의 짝사랑을 만난 듯이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는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주제인 metamorphosis 를 위해 잠자리의 생태를 관찰하기로 했다. 몇달뒤 물속의 님프가 어느날 반짝이는 날개를 피고 있는것을 보게 되었다.
이번 작업을 하는 동안 검프린트와 잠자리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잠자리는 날개를 달기 위해 물속에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수채화물감이 섞인 감광유제가 얹혀진 판화지 또한 변신을 위해 수조속에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수면 아래서 변신을 위한 꿈을 꾸는 나의 검프린트는 잠자리의 변신과 같은 의미에서 기다림은 그들의 숙명이다. 이와 함께 나의 작품 또한 나를 작가로서 일으켜 세우기 위한 물밑 세월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애증의 나의 짝사랑을 다시 한번 내 마음에 품게 되었다.
이번 작업에서 특이할 점은 네거티브필름에게 작품으로서의 권위를 주는 것이다. 어느 날 검프린트를 하기 위해 작업의 프로세스상 필수적으로 만들어야 할 나의 네거티브 필름이 석양을 받아 반짝이기 시작했다. 검프린트 작업을 위한 부산물이었던 필름, 작업이 끝나면 별 의미 없던 필름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 충분히 작품으로서 대접해 줘. 그럴만하지 않아? 나를 만들기 위해 몇 달씩 님프를 키우고, 육아 일기를 쓰고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컴퓨터에서 들여다보고 포토샵으로 다듬고 나를만드는데 며칠이 걸리거나 길게는 몇달이 걸릴 때도 있잖아. 내가 이렇게 반짝이고 있는데, 그게 안 보여? 날 보라고!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는 네거티브 필름에게 작품으로서의 권위와 자격을 주고 당당히 전시장 벽면에 걸어주기로 약속했다. 그것도 영국의 런던 쇼디치 118 Curtain RD에..
이것으로
나의 작은 님프와 네거티브 필름에게 빛나는 작품으로서 그 권위와 지위를 인정하노라! 꽝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