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나의 닉네임은 반짝이 홀릭이다.
반짝이 홀릭으로서 다양한 반짝임에 대해 생각을 해 본다. 금속의 반짝임, 물의 반짝임, 깃털의 반짝임... 반짝임의 성격은 각기 다르다. 물성이 갖는 각자의 반짝임이 있다. 금속의 차가운 반짝임, 수면의 부드러운 반짝임, 깃털의 솜털처럼 따듯한 반짝임 , 각기 다른 반짝임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금속의 반짝임은 다소 차갑고 거칠게, 물의 반짝임은 다소 부드럽게, 깃털의 반짝임은 촘촘하고 따듯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각자 서로 다른 반짝임을 가지고 태어난다.
나의 애견 봉봉이의 반짝임은 다소 얼뜨기 맹추 같은 구석이 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달려와 나를 반기고 주체할 수 없는 애정 표현을 하다가 갑자기 내 팔뚝, 내 배 위, 내 허벅지에 얼굴을 드리대고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마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듯한 이 영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눈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꿀이 뚝뚝 떨어진다. 우리 봉봉이의 반짝임은 내게는 없는.. 바로 이 애교에 있다. 이 녀석을 데리고 요즘의 최애 주말 나들이는 애견 동반 카페에 방문하는 것이다.
오늘은 남편과 함께 어느 카페에 갔다. 아름답고 고즈넉한 한옥에 호텔급 디저트가 너무나 고급진 카페.. 역시나 애견은 실내 입장이 불가하다. 그나마 야외에 전기담요를 깔아놓은 대청마루는 허락이 된다고 하여 뱅쇼와 찰떡 파니니를 주문했다. 찰떡으로 만든 파니니라니..? '파니니는 이탈리어로 빵사이에 다양한 재료를 넣은 작은 빵이다'라는 메뉴 설명을 보면서 맛이 궁금해서 주문했다. 그 결과 내가 상상했던 맛 그 이상이었다. 찰떡을 노릇하게 굽고 떡 안쪽에 버터와 겨자소스 그리고 햄과 버섯이 들은 빵도 아니고 떡도 아닌 국적 모를 퓨전 샌드 떡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식감은 쫄깃하고 겉은 바삭하게 잘 구운 찰떡에 잠봉뵈르 맛을 낸 것이 일품이었는데..
이 퓨전 샌드떡을 먹으면서 나의 작품 스타일이 이런 맛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양과 서양의 음식 문화가 한국에서 만나 그 어느 곳에서도 먹을 수 없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맛. 그러나 독특한 맛, 동양의 음식이면서 서양의 음식이지만 동서양을 아우를 수 있는 맛. 이런 맛을 비주얼 아트로 이미지화하는 것이 나의 작업 목표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이동기 작가의 짜장면 같은 작업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의 작업은 그와는 다른 장치가 있다. 구상도 아니고 비구상도 아닌, 애니메이션도 회화도 아니며, 재료에서도 동양화의 재료와 서양화의 재료를 혼용할 생각이다. 이런 독특한 맛을 내기 위해 나는 이번 작업에서 아크릴과 유화 그리고 특별히 먹물을 사용해 볼 생각이다. 상상을 해 보니 갑자기 설레기 시작한다. 작업을 위한 상상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이런 설렘 은 과거의 나에서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있게 할 내 작업의 동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옷이나 백을 사는 일 보다 물감을 사는 일이 제일 신나고, 새 물감 뚜껑을 여는 날의 작은 설렘이 여전히 좋다. 그런 나를 만날 수 있는 나의 반짝이는 일상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