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을 고민하다

by 개나리

오랫동안 만나왔던 친구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카톡이 왔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차마 차단까지 하는 것은 못할 짓이라 하지 않았지만 그쪽에서도 내 맘을 알아챘는지 더 이상 연락이 없다. 어쩌면 그날 이후 그쪽에서 나를 차단했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끝이 난 것 같다.


오랜 고민을 한 결과였다. 내가 맛있는 거는 그녀가 별로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집을 그녀는 불편하다고 했다. 의자가 분위기가 커피가 가격이 마음에 안 든다며... 타박을 해댔다. 처음엔 나도 그녀의 취향을 존중해서 니가 원하는 곳으로 가자고 해봤는데도 그녀의 불평은 계속되었다. 싼 음식점은 재료가 신선하지 않고, 비싼 곳은 우리 사이에 그리 비싼 곳에 가야 하냐고 했고. 그럼 어디를 가자는 것인지, 무얼 먹겠다는 것인지... 먹는 것을 넘어서 그녀의 주변 사람들까지 우리의 이야기에 동참을 시키니 더 이상 나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싫었고 점점 만나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굳이 이런 불편하고 힘든 맘으로 친구를 만나야 하는가?


어제는 직장 동료와 저녁을 함께 먹었다. 그녀가 퇴근시간이 지났음에도 가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었고 나도 그날은 힘들어서 그냥 집으로 가기가 싫었는데 잘되었다 싶어, 달달한 팥빙수라도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팥빙수를 먹으러 갔다. 평소에도 이런저런 짧은 이야기를 하던 사이라 그동안 하다 끊어졌던 이야기들을 많이 하였다. 그녀는 평소 모임이 많아서 약속도 많고 친구도 많아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함께 갈 맘 편한 친구가 없는 것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나이가 드니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은지라 차라리 혼자서 가볼까 한다는 말도 했다. 사람들의 고민은 결국 관계라더니 정말 그 말이 맞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와 내가 같이 근무를 하지 않게 되어도 연락을 하며 가끔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지금부터 얼마나 친해져야 할까? 이런 복잡한 생각을 잠시 하였다. 한 친구와 만남이 싫어서 인연을 끊었는데, 나는 다른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인연은 내가 만들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나 자신이 생긴 대로 행동하고 말하며 나의 일을 하고 있다보면, 인연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는 것이지, 만들겠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안 만들겠다고 안 만들어지는 것도 아닌것 같다. 친구는 그냥 되는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친구가 되어 있고 또 어쩌다 보니 그 인연이 계속 이어나가는 것, 그런 것이 사람의 인연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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