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안 하기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다들 지역이 다르니 자주 만날 수 없고, 그러는 시간이 길어지자 한 친구가 제안하여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 전에는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고 회의만 영상으로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내가 모르는 세상이 참으로 많다.
일상에서 겪었던 일들, 집안 이야기, 가족 이야기, 일 이야기... 말은 하면 할수록 많아진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우리가 감히 할 수 없었던 말을 나눈 적이 있었다.
"열심히 안 하기"에 대해서
난 내 능력의 100%를 발휘하여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해야만 내가 인정을 받고 나의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나의 부모를 욕보이지 않는 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아마도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하여도 살아가는데, 직장생활을 하는데 아무 탈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기한을 놓치지도 않았으며, 다른 사람의 요청에 성실히 협력하였다. 또 내가 기본적으로 성실한 편이라 그냥 해도 좀 열심히 하는 편에 들어갈 것이다.
그 정도면 되었지, 거기에다 "열심히"까지 장착하며 나를 몰아붙이고 싶은 마음이 이제는 없다.
한때 내가 열심히 도전한 시험은 경쟁이 아주 치열한 것이었는데 그 엄청난 경쟁을 뚫어 볼 거라 정말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었다. 상대를 이겨야 하는 목표는 좌절감을 가져다주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는데 그때는 열심히만 하면 될 줄 알았다. 이제 그런 좌절감을 나 스스로에게 주기 싫다. 그래서 나 혼자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일들로 즐거움을 삼기로 하였다.
우연히 읽게 된 책 <숲 속의 자본주이자-박혜윤>에도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게 반응하는 습관이 든다. 이렇게 살다 보면 삶이 어떻게 풀리든 간에 남이나 사회를 탓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인생의 매 순간이 풍요롭게 즐겁다.
왜냐하면 그것은 남들도 원하는 것이고, 그런 남들을 이겨야 이룰 수 있는 것이니까. 이 욕망은 달리기가 아니라 달리기를 매개로 해서 남을 이기고 싶다, 남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다, (중략)
내가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다.
나는 어떤 일에도 100퍼센트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중략)
배수의 진을 치지도 않고 있는 힘을 다하지도 않으니까 성공으로 보상받아야겠다는 생각도 안 든다.
나의 마음에 쏙 드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낮잠 자고 싶을 때 그냥 잔다고 하였다. 사실 나도 낮잠을 자지만 진짜 낮잠을 자면 게으른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잠깐 자는 낮잠을 잤었는데, 이 책을 다 읽은 날은 아예 낮잠을 자야지 하고 잤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자고 일어나니 개운하였다.
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을. 그동안 나를 너무 옭매고 산 것은 아니가 싶다.
그냥 대충대충 하며,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