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책 다시 읽기

by 박하

옛날 책 다시 읽기

요즘 나는 예전 20대 때 가지고 있던 책들을

다시 읽고 있다.

아니 어쩌면 처음 읽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밑줄은 그어져 있는데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기에


결혼하면서 버린 책들도 있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 책이 늘어나면서

내 책들은 많이 버리기도 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책들이 제법 있어서

책 정리도 할 겸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책들을 보니 그 당시 베스트셀러나

MBC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선정 도서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책들은 요즘책 못지않게 재미가 있었다.

거의 대부분 20년이 넘은 책들이라

시대에 뒤 떨어진 이야기들도 간혹 있긴 했지만

소설이나 에세이들은 하나같이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랐다.


20년 전 책을 이번달에만 9권을 읽었다.

나는 뭐든 두 번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영화도 드라마도 책도...

한 번만 보고 나면 다시는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봤던 드라마도 다시 보게 되고 읽었던 책도 다시

읽는 게 싫지 않았다.

그때와는 또는 다른 감성을 느끼고

그 당시는 관심이 없던 부분이 더 나의 마음을

자극하기도 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책들 장르 대부분은 소설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스토리가 있는 소설을 좋아한다.

지금도 소설책은 펼치면 궁금해서

다른 일 다 팽개치고 읽을 정도로 소설에 빠지면

밤을 새워 읽고 자야 직성에 풀린다.

아마도 궁금한 건 죽어도 못 참는 성격인가 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마도

나는 문과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고등시절 문 이과를 선택할 때 이과를 선택해야

좀 더 있어 보인다고 생각해서

나의 재능과 성적은 무시하고

이과를 선택했던 것 같다.


기사를 쓰고

글을 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금의 나를 보면

아마도 나는 그때 문과를 선택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집에 오래된 책들 몇 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책상 양옆에는 책으로 쌓여있고

정면 책장에도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있다.

며칠 전 읽기 시작한 옛날책 중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지상의 숟가락 하나>를

읽기 시작했는데

표지를 넘기자 2003년 남편과 연애시절

남편이 선물로 준 책이었다.

남편이 첫 페이지에 편지를 남겨 놓아서 알 수 있었다.

요즘은 책 선물할 때 책에다 편지를 쓰기보다는

포스트잇에 편지를 써서 붙여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꼭책 안에다 편지를 직접

쓰는 게 국룰 아닌 국룰이었다.



너무 신기해서 남편에게 책 속 편지를 보여주며

- 오빠가 나에게 책도 선물해 줬네. 너무 신기하다 글치

- 그러게 2003년이면 언제지?

남편은 2003년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군대 제대한 후였고 어쩌고 저쩌고...

잠시 연애시절도 회상해 본다.


우연히 읽기 시작한 옛날 책 다시 읽기

읽다 보니 그 당시 내가 밑줄 그은 글귀와

책 앞표지의 메모들... 이 반겨줘서

재미난 시간을 즐기고 있는 요즘이다.


요즘 읽어야 하는 책들이 넘쳐난다.

남들 다 읽는 베스트셀러도 좋지만

가끔은 책장 속에 오랫동안 나와 함께했던

추억의 책들도 꺼내어 읽어보자.

책도 책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추억과

기쁨을 안겨줄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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