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낚는 방법

by 박하


2025년의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청소와 담을 쌓고 살았다.

쓸고 닦는 일이 청소의 기본이라는 걸 알면서도

매일매일 해내지 못하는 일상을 살았다.


예전의 나는 틈만 나면 집안을 뒤집어엎었다.

정리정돈을 좋아한 나머지

온 가족을 힘들게 할 정도였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집 밖의 일들에 마음을 쏟다 보니

집안일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났다.


그 결과,

옷방은 점점 포화 상태가 되어 갔다.

가스가 차면 폭발하듯

옷으로 가득 찬 옷방 문을 열면

언젠가 옷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옷 정리해야 하는데…” 하지도 않으면서 중얼거리던 나를 눈치챘는지

남편이 말했다.

“일요일 아침에 내가 도와줄게. 같이 하자.”


옷방에는 내 옷만 있는 게 아니었기에

그 말이 유난히 고마웠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일할 에너지를 채운 뒤

우리는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입지 않는 옷들을 꺼내면

나는 받아서

버릴 옷과 나눔할 옷을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결혼 전 웨딩 촬영 때 입었던 옷이 나왔다.

큰맘 먹고 샀던 빨간 점퍼도 뒤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연애하던 시절 입던 옷,

첫 아이를 품고 나들이 가던 날 입었던 옷들.

옷 하나를 손에 들 때마다

추억이 하나씩 따라 올라왔다.

옷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기억을 꺼내는 일 같았다.


얼마 전 가족 외식 자리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며

모두가 배를 잡고 웃은 적이 있다.

쇼핑몰에서 찍은 그 사진 속 남편은

주황색 쫄바지에 주황색 단화를 신고 있었다.

당근을 연상시키는 패션에

두 아들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고

우리 가족은 정말 오랜만에

큰 소리로 웃었다.


옷 정리를 하다

그 주황 바지가 다시 나타났다.

문제의 바지를 들고 첫째 방으로 뛰어갔다.

아들도 웃고, 나도 웃고.

옷 하나로 온 집안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남편의 옷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이번엔 내 차례였다.

옷을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10년 된 옷도,

10년이 훌쩍 넘은 옷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몸에 맞출 수조차 없는 옷들을

왜 그렇게 꽁꽁 쥐고 있었는지

버리면서도 스스로가 우스웠다.


거실에 박스를 몇 개 놓고 담다 보니

박스는 금세 가득 찼다.

남편의 옷에서 추억을 건져 올리듯

내 옷에서도 기억들이 올라왔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 입었던 옷,

여름 휴가 때 입었던 롱 원피스,

유행지난 긴 청바지를 버리기 아깝다며

날 잡아 모두 반바지로 잘라버리던 날.


옷을 하나 버릴 때마다

마치 오징어가 낚여 올라오듯

추억이 덜컥 손에 걸렸다.


무심코 시작한 옷 정리는

우리 둘이던 시간이

셋이 되고,

넷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차곡차곡 꺼내 보여주었다.

며칠째 쌓여 있던 속이

한 번에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다 자라

집을 떠난 뒤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질 때가 있다면

남편과 함께

옷 정리를 한 번 해보는 건 어떨까.


집도 정리되고,

생각지 못한 가족의 추억도

함께 낚아 올릴 수 있을 테니까.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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