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직히 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쪽을 더 좋아한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20대 후반, 호프집에서 일하며
안주를 쉼 없이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기름 냄새와 밤늦은 조리,
손에서 빠지지 않던 불의 열기가
요리에 대한 호기심까지 말끔히 데려가 버렸다.
그 이후로 나는 ‘남이 해주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남편은 가끔 말한다.
“사 먹는 음식은 질리지 않아?”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사 먹는 음식이 질린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어디를 가든, 누가 만든 음식이든
웬만하면 맛있게 먹는다.
맛보다도, 대접받는 기분이 먼저 입 안에 퍼지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적어보라면 제법 길어진다.
갈비찜, 잡채, 감자볶음, 가지나물, 호박전, 김치찌개,
그리고 맑은 국물들.
하지만 “오늘 뭐 먹을래?”라는 질문 앞에서는
늘 같은 답으로 돌아간다.
김치찌개, 김, 계란후라이.
오늘 저녁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치찌개는 어릴 적부터 나의 소울푸드였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단 한 번도 망설이지 않았다.
엄마가 큰 냄비에 한솥 끓이던 김치찌개는
끓일수록 맛이 깊어졌고,
그 냄비 안에는 늘 집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오늘 저녁, 그 익숙한 냄새에
나는 밥 한 공기를 말없이 비워냈다.
그리고 쇼파에 몸을 던지듯 눕자
포만감과 안도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눈은 자연스레 감겼다.
김치찌개 3종 세트와 꿀잠.
이보다 더 완벽한 조합이 있을까.
미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결국 마음을 가장 든든하게 채워주는 것은
엄마 손맛이 스며든 한 그릇의 김치찌개,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집’이라는 이름의 위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