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가 늘어날수록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말이라고 답할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와 이불을 덮은 채 누워 있다가
문득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그 이야기는 왜 했을까.”
“굳이 하지 않아도 됐을 말을 했던 건 아닐까.”
괜히 몸을 뒤척이며 이불킥을 날리는 밤들.
나 역시 그런 밤을 여러 번 지나왔다.
내가 한 말이 가벼운 농담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사적인 이야기였을 때는
후회가 더 오래 남는다.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말을 아껴야 한다는 사실을
점점 더 깊이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말을 꺼내기 전,
잠시 멈춘다.
이 말을 해도 괜찮을까.
이 말이 혹시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까.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다면
왜곡되지는 않을까.
괜히 분위기를 흐리지는 않을까.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특히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을 만날 때면
말은 더 조심스러워진다.
편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은근한 피로감과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예전의 나는
상대방의 표정이 조금만 굳어 보여도,
연락이 잠시 뜸해지기만 해도
혼자서 수십 번의 가정을 했다.
‘혹시 내가 뭔가 잘못했나?’
‘나에게 화가 난 건 아닐까?’
하지만 요즘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기 전에
직접 묻는 용기가 생겼다.
혹시 내가 서운하게 한 게 있을까?
혹시 내가 놓친 게 있을까?
마음대로 판단하고 속으로 쌓아두는 대신,
조심스럽게라도 확인해 보니
오해는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관계도, 마음도 그만큼 덜 상처받았다.
말을 아낀다고 해서
항상 평온한 관계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관계가 깊어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느냐,
얼마나 솔직하게 마주하느냐인 것 같다.
이유 없이 남을 헐뜯고
없던 말을 만들어 전하는 사람과는
굳이 엮이고 싶지 않다.
어떤 이는 그래도 잘 지내보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쓰느니,
그 에너지를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두 배로 쓰겠다고.
말은 결국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남을 해치는 말은
언젠가 나를 해치고,
사람을 살리는 말은
나를 먼저 따뜻하게 만든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한 번 더 주고,
말을 한 번 더 고르고,
마음을 조금 더 보태며 살아가려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오늘도
좋은 관계 쪽으로
조용히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