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과 모름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면

[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 샤를로트 파랑 글그림/최혜진 옮김/문학동네

by 박하

♡박하샘의 이야기


제목부터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이다.

그때는 언제이고, 그거는 무엇이길래, 거기에 있었을까?

표지 속 주인공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여러 질문을 안고 책장을 넘기면

첫 면지에서부터 호기심 가득한 두더지가 등장한다.

다양한 물건을 들고, 익숙한 듯 숲을 오가는 모습.

그 ‘익숙함’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늘 아래 우거진 숲.

뮈리엘이 사는 곳입니다.

이 숲에 뮈리엘이 모르는 건 하나도 없어요.”


숲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하나도 없다고 믿는 뮈리엘.

여느 날처럼 달팽이를 줍다

잎사귀 아래에서 자그마한 존재를 발견한다.

처음 보는 무언가.

하지만 뮈리엘은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다.

그런데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그 ‘무언가’는 그 자리에 있다.

궁금함은 점점 커지고 결국 무리엘은 늦은 밤,

다시 그곳을 찾아간다.



그리고 알게 된다.

그 친구의 이름은 모름이라는 것을.

모든 걸 안다고 믿고 살다가 ‘모름’을 만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이도, 어른도

사실은 모름 앞에서 늘 조심스러워진다.

“이거 아는 사람 손 들어 보세요.” 라는 말 앞에서

모르면 고개를 숙이고, 눈을 피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는 순간들.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모르는 문제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들을 만난다.

모르면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면 되는데,

그 말조차 어려워

눈물로 대신하는 아이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꼭 말해준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고, 부끄러운 것도 아니라고.

모르면, 꼭 손을 들라고. 그러면 선생님이 친절하고 다정하게 알려주겠다고


그림책 속 ‘모름이’는 새까맣고 검은 형태로 그려진다.

누군가에게 ‘모름’은 그만큼 크고 깊은 두려움일 수도 있기에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처음엔 무시했던 뮈리엘은 점점 모름이를 알고 싶어 하고,

마침내 그와 마주 앉아 인사를 건네는 사이가 된다.

모름이는 마지막까지 검정이지만,

서로를 알아갈수록 언젠가는 그 형태도, 의미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어쩌면 몰라야 알고 싶어지고,

알게 되면 세상이 새롭게 보이는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모름’을 만나러

기꺼이 길을 나서는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이 그림책은

앎과 모름 사이에 튼튼한 다리를 놓아주는 것 같다.

그 다리 위를 자유롭게 오가며

두려움 대신 호기심으로 세상을 건너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그림책

한 번 읽는 것 보다 여러 번 읽을 때 더 많은 이야기가 다가오는 그림책이다.



박하샘의 밑줄


“안녕!”

무리엘이 처음으로 모름이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무리엘의 하루는 여느 여름날처럼 흘러갑니다.

언제나 그랬듯,

어쩌면 조금은 다르게요.


이런 분들께 추천해요


미지의 세계를 만나고 싶은 어린이와 어른

“모르겠어요”를 자신 있게 말하고 싶은 모든 이

새로운 도전 앞에서 자주 망설이게 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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