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라는 배움

by 박하


“너의 인생 터닝포인트는 언제였어?”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봉사.

내 인생은 봉사를 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전의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밤늦게 돌아왔고,

아이들의 교육과 일에 온 힘을 쏟았다.

돈은 따라왔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비어갔다.


관계는 쉽게 흔들렸고,

사람 사이에서 생긴 실망과 배신은 생각보다 깊은 상처를 남겼다.

결국 나는 번아웃이라는 이름으로 멈춰 섰다.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일도, 일정도, 바쁘다는 핑계도.


그 순간부터 월급은 0원이 되었고

몸은 이상하리만큼 아파지기 시작했다.

병원을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검사를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마다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혹시 큰 병은 아닐까.”

건강 염려증처럼 불안이 하루를 잠식했다.


그러다 봉사를 시작했다.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면 하늘이 나를 좀 봐주지 않을까?”

나를 아프지 않게 해주길 바라는 작은 욕심 때문이었다.

봉사는 내 병을 낫게 해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 마음의 병부터 고쳐주기 시작했다.


봉사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무언가를 ‘내놓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미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나를 내어주면

또 다른 마음이 살아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함께하며 나는 배웠다.


봉사는 선행이 아니라 훈련이라는 걸.

아이를 돌보는 봉사자는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고,

수어 봉사자는 손보다 먼저 마음을 연다.

유기견 봉사자는 생명을 배우고,

나는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공부한다.


나는 기자 봉사와 놀이 봉사를 하고 있다.

기사를 쓰기 위해 글을 배우고,

아이들과 더 잘 놀기 위해 놀이를 배운다.

봉사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 아니라 나를 단련하는 일이기도 했다.

어느덧 봉사를 시작한 지 8년이 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단 한 번도 멈춘 적은 없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봉사가 내 삶의 리듬이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 돈 되는 일 좀 해라.”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나는 지금 마음을 키우는 중이야.”

봉사는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배움으로 돌아오고, 관계로 돌아오고,

나 자신으로 되돌아온다.


올해도 나는 같은 봉사를 시작한다.

같은 자리에서 다른 배움을 기대하며.


봉사는 여전히 내 인생을 가르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성적대신 마음을 키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