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밑 상처처럼

by 박하

매일 뭐라도 쓰자던 계획에 오늘은 차질이 생겼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말, 글이 쓰기 싫다.

잘 쓰지도 못하는 글,

재미도 없다고 느껴지는 글을

계속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브런치에 두 달만이라도 꾸준히 써보자던 다짐은

지금, 무너지기 직전이다.

포기할까, 말까.

답 없는 질문을 붙들고 책상 앞에 앉았다.

글을 쓰겠다고 졸라서 산 태블릿은

요즘 넷플릭스 전용 기계가 되어 가고 있고

이쯤 되니 슬슬 남편 눈치도 보인다.


오늘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맴돈 질문은 이것이었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일까?

이 질문 앞에서

머리는 묵직해지고,

가슴은 답답해지며,

어깨는 눈에 띄게 축 처졌다.

하고 싶은 건 많았는데

제대로 해낸 건 없다는 생각이 스치자

무기력은 순식간에 나를 덮쳤다.

그 무기력의 첫 번째 증상은

‘글을 쓰기 싫다’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이런 마음이라도 써보자는 생각에

키보드를 마구 두드려본다.


요즘 입안이 다 헐어 있다.

맵고 짠 음식이 닿기만 해도

혀가 먼저 아프고

정수리가 찌릿할 정도로 고통이 올라온다.

먹는 즐거움이 사라지니

기분도 함께 가라앉는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는

자연스럽게 깊어진다.


예전이 문득 그리워진다.

하고 싶은 걸 하고,

배우고 싶은 걸 배우던 시절.

어디에도 묶이지 않았던 자유.

지금의 나는

보이지 않는 끈에 발목이 묶여 있다.

그 끈은 느슨해 보이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럼 풀고 도망치면 되잖아.”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도망친 뒤의 후폭풍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선뜻 발을 빼지 못한다.

모르고 살았다면 차라리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알아버린 순간부터

이 세계는 마치 빠져나오기 힘든 구조처럼 느껴진다.


올해는 말의 해라 좋다더니

나에게는 답답함만 쌓인다.

젊은 시절 풀지 못한 문제를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안고 있다는 사실이

유난히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밤이다.


혀 밑의 보이지 않는 상처가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히듯,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들이

오늘은 유난히 아프다.


이런 날엔

잡생각을 접고

일찍 자는 게 상책일지도 모르겠다.

잠은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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