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1번 방을 열었다

by 박하

“당신의 MBTI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오가는 질문 중 하나가 이 질문이 아닐까?


나는 ISFJ였다가 INTJ가 되었다가, 그 사이를 오간다.

소심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현실과 공상을 오가고,

감정도 계획도 왔다 갔다 한다.

결국 나는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려운 성격의 소유자다.


분명한 한 가지는 있다.

낯가림이 심하다는 것.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I 성향이 강한데 어떻게 서포터즈 활동을 하세요?”

사진을 찍고, 현장을 다니고, 활동적인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은 대부분 혼자 움직인다.

그래서 오히려 I 성향인 나에게 꼭 맞는 일이다.


낯가림이 심한 나는

첫 만남에서 먼저 말을 거는 일이 유독 어렵다.

내가 먼저 다가가면 큰일이라도 나는 사람처럼

늘 마음속에서 한참을 망설인다.


오늘은 서포터즈 활동 4년 차, 발대식 날이었다.

올해는 블로그가 아닌 SNS 팀으로 지원했다.

발대식장에 도착하니

우리 테이블에는 나를 포함해 세 명이 앉게 되었다.

두 칸 건너 맞은편에 한 분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평소의 나라면 눈을 마주치지 않고,

핸드폰을 보거나, 행사가 시작되기만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용히 용기가 올라왔다.


“서포터즈 활동은 처음이세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내 심장은 한 박자 늦게 따라왔다.

그분은 올해 처음 활동하게 되었다며 웃었다.


“그럼 우리 SNS도 같이 하니까 팔로우할까요?”


흔쾌히 ‘예스’라는 대답과 함께 서로의 계정을 열었다.

그 순간 나는 잠시 멈칫했다.

팔로워 수 4만 명. 인플루언서였다.

반가움과 함께 나는 순식간에 존경의 눈빛을 장착했다.


그 사이 내 옆자리에도 한 분이 앉았다.

이번에도 마음을 다잡고 4만 인플루언서에게 했던 것처럼

같은 질문을 건넸다.

그분 역시 SNS 서포터즈였고 평택에서 왔다고 했다.

전국을 다니며 인스타와 유튜브로 활동하는

가족 인플루언서였다.


혼자 끙끙 앓으며 SNS를 하던 내가

이렇게 활동적인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신기했고, 조금은 벅찼다.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내 앞에 조용히 놓인 느낌이었다.


만약 오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행사만 마치고 돌아왔다면 어땠을까.


사실 이 자리에 앉는 순간

내 마음속에는 두 개의 방이 생겼다.


1번 방.

‘한 번쯤은 먼저 말을 걸어봐.’


2번 방.

‘괜히 나섰다 어색해지지 말고 조용히 있다 가.’


나는 잠시 문 앞에 서서 망설였다.

그리고 과감하게 평소의 나를 두고 1번 방의 문을 열었다.

그 선택은 생각보다 즐거운 경험으로 돌아왔다.


나는 늘 중간에서 망설이는 사람이다.

두 성향을 함께 가지고 있어서

선택의 순간마다 흔들린다.

하지만 올해는 해보지 않은 선택을 도전 해보고 싶다.


오늘처럼,

평소의 내가 아닌 선택이 무성한 토끼풀 사이에서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게 해줄지도 모르니까.

앞으로도 쉽지는 않겠지만

익숙한 세잎클로버 대신 조금은 더 마음과 시간을 내어

네잎클로버를 찾는 사람이 되볼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혀 밑 상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