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체육소녀를 찾습니다

by 박하

“엄마는 왜 그렇게 살이 쪘어?”

“경아, 이제 운동 좀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지금, 운동이 몹시도 필요한 몸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못하는 일이 바로 운동이다.


라떼는 말이야

나, 운동 좀 했었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운동장을 집처럼 드나들었다.

운동장 가장자리를 따라 늘어선 철봉과 구름다리, 늑목, 정글짐은

친구이자 놀이터였다.

낮은 철봉 앞에 서면

펄쩍 뛰어 올라가 온몸에 힘을 주고 균형을 잡았다.


가슴 높이 철봉에서는 점퍼를 걸쳐 두고

다리를 얹은 채 빙글빙글 돌았다.

누가 더 높은 철봉에서 오래 도느냐 그게 인기의 기준이던 시절이었다.

달리기, 넓이뛰기, 높이뛰기.

교내 육상대회가 열리면 나는 늘 출전 선수였다.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체육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해도 학년 여자 3위 안에는 꼭 들었다.


운동회 릴레이 선수는 거의 지정석이었고,

6학년이 되던 해에는 쉬는 시간마다 줄넘기와 달리기를 연습했다.

육상부도 없던 학교였으니 그저 순수한 열정이었다.

왜 그렇게 뛰는 게 좋았을까.

땀이 흐르고 숨이 차오르는데도

나는 멈추지 않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뛰었다.

그때의 만화영화 하니처럼


줄넘기가 유행하던 때,

2단 뛰기를 누구보다 오래 많이 뛰고 싶어서

집 마당에서 미친 듯이 연습했다.

결국 남녀 통틀어 제일 잘 뛰는 아이가 되었을 정도 깡이 있는 소녀였다.


엄마는 말했다.

“니는 꼭 선머스마 같다.”

그 선머스마는

이제 제자리 점프도 버거운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다.

다행히 아직 남아 있는 종목이 하나 있다. 걷기.

이건 여전히 남편보다 자신 있다.


하지만 잘하면 뭐 하나.

하지를 않는데.

이러다 남아 있는 재능마저 완전히 퇴화하는 건 아닐까.


살을 빼면 운동을 잘할 것 같고,

운동을 잘하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고,

시작하면 또 다른 핑계가 생길 것 같다.

하기 싫은 핑계는 오만가지다.


운동은 왜 이렇게

가깝고도 먼 존재일까.

반면 남편은 운동으로 숨 쉬는 사람이다.

봄·여름·가을에는 산악자전거,

겨울이면 스키장에서 알파인 보드.

감 떨어지면 안 된다며 퇴근 후에도 연습을 나간다.


가끔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본다.

저렇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과 살다 보니

내 몫의 운동 열정까지 다 가져가 버린 건 아닐까 하고.

핑계치고는 제법 그럴싸하다.


남편의 운동 이야기를 하다 보니 웃음부터 나온다.

그리고 늘 같은 농담을 던진다.

“여보, 나 운동 좀 시켜줘~”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일도 나는 아마 걷기 대신 앉기를 선택하겠지.

그래도 모르지?

운동장을 날아다니던 그 아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을지도

아마 어딘가에서 스트레칭만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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