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 놓다

by 박하


오늘, 7년 동안 맡아 온 놀이교육봉사 단장직을 내려놓았다.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손에 오래 쥐고 있던 것을 놓을 때처럼, 마음도 몇 번이나 망설임 속을 오갔다.


올해 교육 자리에는 처음 온 선생님들과 오래 함께한 선생님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웃음소리는 뒤섞였고,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아이들처럼 떠들며 놀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알게 되었다.

아, 이제 괜찮겠구나.


2019년, 교육청 연수를 받고 시작된 놀이 봉사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되었다.

울산 곳곳의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며 여름이면 땀을 흘렸고,

겨울이면 차가운 운동장 바람을 맞았다.

시작은 봉사였지만, 그 시간들은 늘 나에게 더 많은 것을 건네주었다.

교육감에게 표창장을 받기도 했고, 사례 발표로 상을 받기도 했다.

라디오와 신문을 통해 놀이 봉사를 알리겠다며 동분서주하던 날들도 있었다.

처음 품었던 마음이었기에, 애정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2020년, 준비도 없이 단장을 맡았다.

얼떨결에 시작했지만 책임은 또렷했다.

학부모 봉사를 넘어 ‘전문적인 놀이’라는 인식을 만들고 싶었다.

코로나로 선생님들이 줄어들었을 때는 몇 명이서 백 개가 넘는 학급을 돌기도 했다.

끝나고 나면 다리가 퉁퉁 부었지만, 아이들의 웃음이 그날의 피로를 덮어 주었다.


힘들게 지켜온 자리라 더 내려놓기 어려웠다.

“단장님처럼 못해요.”

그 말에 붙잡혀 몇 번이나 결정을 미루었다.

그런데 오늘, 확신이 들었다.

이제는 다른 누군가의 시간이어야 한다는 것을.


그동안 묵묵히 애써 온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자리를 권했다.

올해는 옆에서 돕겠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다행히 그 마음을 받아 주었다.

덕분에 나는 비로소 단장이라는 완장을 풀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인수인계가 남았지만, 마음은 이미 한 짐을 내려놓은 듯 가벼웠다.


사실 올해는 조금 놀고 싶다.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혼자 천천히 걷고, 미루어 둔 생각들과도 만나고 싶다.

직책은 내려놓지만 봉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놀이가 아니라면 또 다른 방식으로, 나는 분명 누군가 곁에 서 있을 것이다.

봉사는 언제나 내 마음을 다시 데워 주는 일이었으니까.


누군가는 내가 이 자리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았을 뿐, 순서가 오기를 바랐을지도.

괜찮다. 이제는 내가 먼저 길을 비켜 주려 한다.


울산 곳곳의 학교에서 함께 뒤어놀던 아이들이 떠오른다.

이제는 중학생이 되었을 아이, 교복을 입었을 아이,

어쩌면 훌쩍 자라 어른이 되었을 아이들.

그 아이들이 언젠가 이렇게만 기억해 준다면 좋겠다.


“그때 그 선생님, 진짜 우리랑 잘 놀아줬는데.”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나는 오늘, 오래 애쓴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잘했다. 정말 오래, 잘 버텼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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