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의 별

by 박하


신입 놀이 나눔지기 실전 교육이 있는 날이었다.

3시간 30분.

중간에 한 번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책임져야 하는 긴 강의였다.

어쩌면 단장으로 서는 마지막 자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올해로 단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말을 전했다.

그 순간이었다.

지난 시간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운동장의 열기, 아이들의 웃음, 선생님들의 얼굴,

포기하고 싶다가도 다시 신발 끈을 묶던 날들.


가슴이 울컥 올라왔다.

툭 건드리면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울 수는 없었다.

나는 오늘 강사였으니까.

꿀꺽, 마음을 삼키고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은 그동안 쌓아 온 것을 아낌없이 풀어놓는 날이었다.

내 방식이 언제나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변화를 만들기 위해 제안하고, 부딪히고, 다시 고쳤던 시간만큼은

진짜였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 열정이 누군가의 시작 앞에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강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한 선생님이 손을 들었다.


“단장님은 어떻게 이 봉사를 시작하게 되셨어요?”


나는 웃음이 났다.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대단한 사명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을 채울 무언가가 필요했을 뿐이다.

호기심 반, 가벼운 마음 반.

그렇게 앉아 들은 교육이

내 삶의 방향을 이렇게 오래 붙잡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열두 명의 신입 선생님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짝이는 눈.

어제는 함께 뛰어놀던 사람이 오늘은 강단에 서 있으니

조금은 낯설었을지도 모른다.


학부모 봉사자로 시작했던 내가

이제는 이 자리에서 교육을 맡는 사람이 되었다.

몇 년째 이어 온 시간의 무게가 오늘 따라 유난히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다.

봉사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자 선생님들의 자세가 달라졌다.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놀이에 온몸으로 반응했다.

땀 흘리며 뛰어본 사람만이 아는 기쁨,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다시 오고 싶어지는 그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혹시 이 자리에, 예전의 나처럼

‘이게 봉사인 줄도 모르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있을까 봐.


만약 오늘의 이야기가 제대로 닿았다면

이 열두 명은 올해 나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 있을 것이다.


나는 믿는다.

이 모임을 움직이는 힘은 조건도, 보수도 아니라는 것을.

결국 사람을 남게 하는 건 마음이라는 것을.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일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신입이었던 내가 신입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기까지

필요했던 건 단 하나,

멈추지 않는 시간이었다.


꾸준함은 언제나 돌아온다.

때로는 사람의 얼굴로,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기회로,

때로는 말없이 가슴을 데우는 자부심으로.

강의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 생각했다.


오늘 나는

열두 개의 별을 얻었다고.

매거진의 이전글내려 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