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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데 쓰기를 멈출 수가 없다

엎어지고 상처 받고 눈물 나게 괴롭더라도 절대 멈추지 않겠습니다

글이란 쓰면 쓸수록 괴로워진다.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다. 정말 큰일이다 큰일!!!!!!! 하. 어디서부터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내가 본격적으로 글이란 걸 끄적이기 시작한 건 둘째를 임신했을 무렵이다. 또 한 번의 뒤뚱거리는 시간과 함께 내 안에서는 화와 부정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집착적으로 어떠한 답을 찾으려 책을 읽고 또 읽었고, 몇 장 읽다 아니다 싶으면 덮었다. 읽다만 책들은 늘어났고 내가 바라는 답이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찾고 또 찾으려 책을 뒤지고 또 뒤졌다. 그러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내가 바라던 답을 찾아냈고 거창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난 나와 비슷한 상황. 그러니까  나라는 존재와 엄마라는 위치 사이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내는 현실적인 조언과 위로와 격려가 필요했던 것이다. <일일일책>의 장인옥 작가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괴로워했던 사람이고, 독서를 하며 치유해나간 사람이다.      



이 책을 계기로 나를 위해 독서를 부지런히 했다. 그러다 글쓰기 책도 읽게 되면서 몇 자 끄적이게 되었다. 그것이 본격적인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나는 차차 놀라운 경험을 했다. 쓰는 것 자체로 마음이 가벼워지고, 상처가 아물었다. 이런 멋진 마법이 있었다니! 난 이 마법을 습득하기 위해 계속 써 나갔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그냥 썼다. 쓰는 거 자체가 좋았으니까. 문법이 뭐든. 타인의 시선이 어떻든 일단 적고 블로그에 올렸다. 썼다는 자체가 뿌듯했고, 한 줌의 빛이 마음에 비치기 시작했다는 게 기뻤다.

어느 순간이 되자 가장 아픈 상처를 정리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나는 10년 동안 바라보던 일을 접고 전업하면서 삶에 공허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었다. 사는 이유가 뭔지. 어떤 꿈을 다시 꿔야 할지. 행복이란 뭔지 답이 내려지지 않아 7년 동안 말로 설명할 수조차 없는 고통에 끙끙 앓았다. 어느 날 난 쓰고 있었다. 그 아픔에 대해. 그리고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다독이고 응원하는 글을. 이것으로 <모든 나를 응원한다>를 출간했다.

그때는 나의 어두운 아픔을 한 권으로 정리했다는 거 자체가 만족스러웠다. 출간 전까지 앓던 상처는 한 권의 책으로 보란 듯이 정리되어 홀가분했다.      

 


근데 사람이란 참으로 약았나 보다. 막상 한 권을 출간했다는 기쁨도 잠시.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책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수록 검색창에 책의 제목을 집착적으로 쳐대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는 수준에서 내 책은 한참이나 미달했다. 나는 한 없이 초라하고 작아졌다. 두 달 정도는 출간 후유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기사 일개 아무개가, 그것도 글쓰기를 시작한 지 반년밖에 안된 수준의 내가 드라마가 펼쳐지길 꿈꿨다. 나는 나를 인정해야 했다. 내 수준을 인정해야 했고, 내 기대치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한 달 정도 최면을 걸다시피 했다. '내 수준은 이 정도야. 받아들이자. 검색창에 내 책을 절대 검색하지 말자!' 손이 근질거렸지만 더는 상처 받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되내었다. 내가 책을 출간할 때의 바람을. 단 한 사람이라도 내 책에 공감하고 위로받는다면 그것으로 되었다는 생각을 마음 깊이 새기려 노력했다.     



어느 날 한창 이슈가 되고 있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읽다가 작가에게 반해버렸다. 어쩜 이리도 위트 있게 글을 쓸 수 있지?! 하완 작가에 대해 검색하다가 브런치를 알게 됐다. 뭐지 싶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브런치는 심사를 통과해야 글을 적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과 작가에게 다방면의 혜택과 기회를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심사가 별거냐며 가볍게 생각했다. 육아하다 틈틈이 브런치 작가 신청란을 채워 나갔다. 이 정도면 됐지. 무슨 회사 면접 서류도 아니고. 나의 착각이었다. 두 번이나 보기 좋게 낙방한다. 그러다 보니 오기가 생겼다. 한편으로 겁나기도 했다. 또 내 수준을 통감하며 상처 받는 게 아닌지. 다시 인정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는 건 아닌지. 그 생각에 몸서리 쳐졌다. 그래. 이것을 마지막으로 안되면 포기하자. 마지막이어서 삼일에 걸쳐 공들여 적어나갔다. 공모전에 응모하는 거 마냥 내기 전에 기도를 했다. 제발.... 상처로 돌아오지 않게 해 주세요. 다행히 반나절도 안돼서 합격 메일이 왔다.      



내 앞에 있던 둘째를 안고 춤추며 뽀뽀 세례를 했다. 내 글이 통과할 정도의 수준은 되는구나 싶어 안도했다. 그때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거 자체와 브런치에 글을 발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어느 날 브런치 알람이 멈추지 않았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2,000을.... 10,000을... 000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뭐지..... 어플을 켜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 글이 브런치 추천글에 오른 것이다. 그 효과로 0명이던 구독자수는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그때부터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그러면서 타인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몇 개의 글을 써서 올렸지만 반응은 다시 미적지근했다. 매번 로또에 당첨을 기원하듯 발행 버튼을 눌렀지만 그 기쁨은 다신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차차 자신감을 잃고 괴로워했다. 내 상태를 알았는지 브런치에서는 내 글을 다시 추천글로 선택해주었다. 또 한 번 내 글이 주목됐고, 브런치 편집자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게 기뻐서 방방 뛰었다.     



그 후 글을 쓰면 다음 메인에 자주 떴다. 조회수도 꽤 나왔다. 근데 구독자수는 못 박은 듯 변동이 없었고 좋아요 수는 건전지가 다 닮은 시계의 초침처럼 힘겹게 올라갔다. 그 숫자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글 쓰는 게 괴롭고 무서워졌다. 그래서 한동안 글을 안 쓴 적도 있지만 어느새 나는 글감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식문화 이야기/일러스트 공모전’이 브런치 메인에 떠 있는 걸 봤다. 별생각 없이 글쓰기 과제라 생각하고 응모했고 생각지도 못한 수상을 했다. 난 그때 뭔가 엄청난 변화가 들이닥칠 거라 생각했다. 구독자수는 거침없이 올라가는 건 아닌지. 수상한 글의 좋아요 수는 삽시간에 늘어나는 건 아닌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아무런 변화는 없었다. 똑같았다. 수상했다는 기쁨은 온데간데없었다. 심지어 내 글이 수상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브런치에 빠질수록 구독자수와 조회수에 집착했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브런치 알람을 아예 꺼버렸다. 근데 습관적으로 브런치 어플을 켜고 왼쪽 상단 세 줄 옆에 하늘색 동그라마가 떠있진 않나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작가의 글을 읽으며 구독자수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브런치 어플을 삭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글쓰기도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괴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 사이 나는 추리소설에 빠지기로 했다. 무언가에 빠지지 않고서는 괴로움으로 인한 우울감을 떨쳐낼 수 없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잡생각이 많아지는 저녁. 아이들을 재우고 다른 생각은 못하도록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를 탈탈 읽어댔다. 그러던 어느 날 '놀면 뭐하니? - 릴레이 카메라'에서 배우 이동휘 편을 보았다. 그러다 마음이 술렁였다. 



"2017년에 조금 멈추고 싶었어요. 연기를 시작한다고 마음먹었을 때 멈출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았죠. 너무 간절히 원했던 일이었고 꿈이었으니까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지치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참 슬프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일을 잘하려고 마음먹을수록 마음이 다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죠"라고 털어놨다.     



나돈데...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그도 기대치에 못 미치는 자신에게 상처를 받고 있구나. 다행스럽게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 이후 영화 ‘극한직업’을 찍었고, 지금은 ‘천리마 마트’에서 본인의 색깔로 연기를 하고 있다. 그의 모습에서 격려를 받았고 용기를 얻었다. 그러다 수많은 무명작가와 무명가수, 무명 배우들이 생각났다. 나도 그 무리 중 한 명이다. 포기하지 않고 걸어 나가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났다. 그래 멈추진 말자. 그래서 여태 썼던 글들을 정리해 브런치 북을 발행했다. 발행 후 반응을 살피지 않으리라 바득바득 버텼다. 끝내 3일 만에 브런치에 접속해버렸다. 3일이 일주일 같았다. 나는 상처 입을 마음의 준비를 하며 감고 있던 눈을 살살 떴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남겨주고, 구독자수는 2명이나 늘어 있었다. 다행이다. 그래. 이거면 됐어. 내 수준이 이런 걸 어떡해. 꿈을 너무 높게 꾸지 말자. 그럼 나만 상처 받아.      



정말 감사하게도 이 글을 쓰는 중에 구독자 분이 11분이나 더 늘었다. ‘힘들어도 둘은 낳기로 했다’ 브런치북은 10분이나 좋아요를 더 눌러주셨다.

이거면 됐다. 정말 이 정도면 충분하다. 81명의 구독자 분과 브런치 북에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께 너무나도 감사했다. 일필휘지 하지 않은 내 글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게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브런치를 멀리했던 한 달 사이 상처가 조금은 아물었나 보다. 그러니 괴로워하던 마음을 마주한 채 글을 쓰고 있는 걸 테지. 정리되지 않던 절망을 실오라기 걸치지 않고 풀어내니 이제 좀 살 것 같다. 그러나 다시 반복될 것이다. 난 다시 글을 쓰며 괴로워하고 아파하겠지. 글을 쓴다는 건 상처 받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비참하게도 하니까.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 공연하는 이들처럼 나도 그러겠다고 입술을 꽈~악 깨물어본다. 나처럼 브런치에 글을 쓰며 구독자수와 좋아요 수에 낙담하는 분이 있다면 우연히 알게 된 노래로 응원해주고 싶다!      



그리고! 81명의 너무나도 소중한 구독자님과 내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당신들의 관심은 내가 글을 쓰는 원천이 됩니다. 항상 감사히 여기며, 엎어지고 상처 받고 눈물 나게 괴롭더라도 절대 멈추지 않겠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낮고 좁은 길 내 길은. 

조금은 느린 길 내일은. 

나아질 거란 꿈 그 꿈을 안고 가죠. 

나는 오늘도.      


길을 가다 보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죠. 

나의 삶과 많이 많이 닮아있는 이 길이 좋아. 

낮고 좁은 길 내 길은. 

조금은 느린 길 내일은. 

나아질 거란 꿈 그 꿈을 안고 가죠. 

나는 오늘도.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죠 하지만

나의 작은 걸음 그 발자국이 담긴 이 길이 내겐

너무 소중해     


오늘도 나는 이 길을. 

천천히 가죠 달리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의 걸음으로. 

나만의 꿈을 꾸며      


낮고 좁은 길 내 길은. 

조금은 느린 길 내일은. 

나아질 거란 꿈 그 꿈을 안고 가죠. 

나는 오늘도.     


낮고 좁은 길 내 길은. 

조금은 느린 길 내일은. 

나아질 거란 꿈 그 꿈을 안고 가죠. 

이렇게 오늘도.     



잠수교 - 박진영, 정승환



      

https://www.youtube.com/watch?v=Z9j-xkwYu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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