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도전만에 브런치 작가 되기 성공!
둘째를 보행기에 앉히고 옆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둘째가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고 녀석, 갓 깨어나 잠이 덜 깨서 그러는구나.' 싶어, 서둘러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둘째를 안으려 했다.
그 순간 나는 경직되고 말았다. 둘째 입속에 피가 고여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그런가 싶어 황급히 입안을 살폈더니, 왼쪽 아랫니가 앞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 모습에 이빨이 빠져서 기도로 넘어가면 어쩌나 싶어 서둘러 입안의 피를 닦아주고, 치과를 가기 위해 우주복을 입혔다.
누워서 옷을 입히는데 이빨이 빠져서 우려했던 일이 발생할까 봐 어찌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대충 챙기고 동네 치과로 달려가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떻게 애를 봤길래 이 모양이 된 거냐?'라는 손찌검
'엄마가 좀 더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죄책감
'큰일 나는 건 아니겠지....'라는 불안함
치과에 도착하니 아기가 너무 어려서 일반 치과에서는 손을 쓰기 어렵다는 말과 함께 가장 가까운 어린이 치과를 안내해주었다. 바로 전화를 걸어 진료 가능 여부와 위치를 물어보고, 집에서 아기 분유, 기저귀, 물티슈만 챙기고 어린이 치과로 출발했다.
택시 안에서 둘째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이 창밖 풍경을 요리조리 구경하기 바빴다.
지금은 통증이 없구나 싶어 안도감이 들었지만, 이빨이 빠지면 영구치가 날 때까진 빈 채로 지내야 할 텐데.... 아이들이 놀리는 건 아닌지,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어린이 치과에 도착하여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데, 예약자들이 계속 들어왔다.
'당일 접수라서 오래 기다려야겠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동안 둘째가 병원에서 울지 말고 버텨주길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치과에서는 고맙게도 우리를 예약자 사이로 안내해주었고 대기 한지 15분도 안 돼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진료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의사가 왔고, 곰인형 같은 둘째를 진찰 의자에 눕히더니 아랫니를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많이 흔들리진 않는다고 했다. 그리곤 어이없는 말을 했다.
"일주일 동안은 아기가 손을 입에 넣지 않게 양손을 옆구리에 붙여서 묶어줘야겠어요."
(분유 때문에 젖병 사용을 해야 하는데 괜찮냐고 물었더니) "아기가 숟가락으로 받아먹을 수 있을까요?"
200ml의 분유를 언제 숟가락으로 떠서 먹이고, 이유식도 시작하지 않은 아기는 그걸 또 어찌 받아먹을까?
분명히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고, 자녀가 있을 테니 아기도 키워봤을 텐데.... 자기 일 아니라고 막말하는 거 같아 불쾌했다.
이 지역에서 어린이 치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나의 첫 이미지는 백 점 만점에 빵점이었다.
어쩜 저리도 야속할까....
귀가하자마자 감기약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재웠다.
쌔근쌔근 자는 모습에 안도감이 들었다. 둘째가 깨기 전에 서둘러 목욕했던 물건들을 정리하고, 빨래를 개어 각각 옷장에 넣어주고, 아기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했다.
숨 좀 돌리는데 출출해져서 밥을 먹으려 밥솥을 열었다. 딱 한 끼의 밥만 남아 있었다. 순간 짜증이 났다.
둘째가 깨기 전에 밥을 먹어야 했지만, 먹는 거보단, 밥을 하는 게 우선이었다.
하원 할 첫째도 먹어야 하고, 퇴근하신 어머니도 드셔야 할 밥이 있어야 하니까.... 밥 한 숟가락 떠먹고 우걱우걱 씹어대며 밥을 안쳤다. 밥 한 숟가락 또 떠서 먹는데, 까먹고 있던 세탁기가 자기 좀 기억해달라며 섬유 유연제 넣는 시간임을 알린다. 섬유 유연제를 넣고 나서야 마저 먹을 수 있었다. 식탁을 치우는데 세탁기 끝나는 소리가 나서 서둘러 치우고 빨래를 널었다.
휴....
드디어 할 일이 모두 끝났다. 다행히도 둘째는 여태 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믹스커피를 한 잔 하는데
시계를 보니 한 시간 반이 지나 있었다. 착잡했다. 20분 후면 첫째의 귀가 시간.......
태권도를 마친 첫째를 마중하러 주섬주섬 나갈 준비를 한다. 이제 곧 첫째와의 2라운드가 시작된다.
첫째와 놀다가 기운도 기분도 바닥이 보일 무렵. 핸드폰에서 브런치 알림이 두 개나 떴다.
아무 생각 없이, 어떤 관심 작가가 글을 올렸나 들여다보는데.....
이게 웬걸....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믿기지 않아 다시 한번 더 보았다.
'와우~!'
감격! 또 감격!!!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한 브런치 작가 신청이 성공하다니..... 믿기지 않았다.
결과의 감동이 나를 급속 충전해주어, 첫째와 신나게 놀 수 있었다.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신청은 설렁설렁 한 감이 있어서,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성실히 작성하여 신청한 거였다.
1월 11일 새벽에 신청했는데, 그날 저녁에 결과가 통보될 줄은 생각도 못 했지만, 결과가 빨리 나와서 속은 후련했다.
브런치를 통해 글쓰기에 책임감을 갖는 계기가 되길.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