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균형을 맞추며,
소소하게나마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100세인데도 꿋꿋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사는 그녀.
그녀가 참 멋지다. 나도 그녀처럼 늙어서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싶다.
바라는 바가 컸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라도 살 수 있을까?
나는 요새 중년이 되어 퇴직을 하고 나서의 모습을 자주 생각한다.
아직 30대인데 벌써부터 퇴직 후의 삶이 걱정되는 건, 아마도 바라는 대로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감이 위태롭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걱정 말라며 진실의 열쇠를 내게 건네주었다.
지금의 삶을 살 수 있었던 비결은 거창한 게 아니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기에 따스한 마음을 품으며 살 수 있었다고 속삭여주었다.
그녀는 이에 따른 어머니와의 추억을 덤덤히 꺼냈다.
저자의 어머니는 아흔여섯이 될 때까지 병치레 없이 건강하셨고, 육십 대 중반부터 저자와 함께 지냈다. 의사로서 바쁜 딸을 위해 이것저것 챙겨주셨는데 말년이 되면서 건망증이 심해져 가스불로 요리하는 일이 위험한 활동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의 요리를 금지할 수밖에 없었고. 말로만 해서는 소용이 없었기에 매일 아침에 몰래 가스 밸브를 잠그고 출근하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밸브 잠그는 걸 깜빡하고 출근한 적이 있었는데, 저녁에 집에 와 보니 어머니가 가지 조림을 요리하여 식탁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저자는 가지 조림에 손이 갔지만 맛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칭찬을 하면 어머니는 또 요리를 하려고 할 것이 불 보듯 뻔했으니까.
그럼에도 어머니는 딸에게 맛있는 걸 만들어 줬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에게는 딸에게 헌신하는 것이 살아가는 목적이자 보람이었던 것이다.
소소하게나마 따스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반대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절망감은 삶의 의욕마저 앗아가고,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게 되어 우울증을 앓게 된다. 그럴수록 점점 혼자 컴컴한 어둠 속으로 숨어들고 만다. 저자는 이와 같은 현상으로 야기되는 고독사를 언급했다.
고독사란, 홀로 자택에서 숨을 거둔 사람이 사후 며칠(혹은 몇 주, 몇 개월) 뒤에야 발견되는 것을 말하는데, 닌세이 기초 연구소는 지난 2012년 연간 1만 5,603명의 고령자가 사후 4일 이상 지나 발견된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고독사의 남녀 비율은 거의 2 대 1인데, 남성 중에서도 특히 50~60대가 현저히 높았다고 한다. 퇴직하고 혼자 고립되어 외로움을 등에 짊어지고 무겁게 살아간 그들의 말로가 안타깝기만 하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요새 젊은이들에게 유행인 '나 홀로족 트렌드'를 염려한다
나홀로족이라는 말의 겉모습에만 현혹되지 말고, 나홀로족의 말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며,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야 삶의 끝자락에서도 외롭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있다.
100년을 살고 있는 저자의 말이기에 우리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저자는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너무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되지만, 자신에게 지나치게 관대해지지는 말아야 하며,
너무 참으면서 살지 않아도 되지만, 남에게 지나치게 의지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처럼 반대의 성향들의 균형을 시소가 평행이 되듯 조절해야 행복하게 나이 들 수 있다고 말한다.
어두운 터널 안에서 자신을 믿어라
[p.43]
어두운 터널 안에서는 자신을 믿어라.
끝이 안 보이는 듯한 고통스러운 시기도 언젠가 끝나기 마련입니다. 그 시기를 지나면 밝고 즐거운 시기가 찾아오죠. 그것이 인생의 법칙입니다. 물론 고통에 빠져 있을 때는 좀처럼 희망을 품기 힘듭니다. 하지만 괴로울 때일수록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터널 안에 있는 동안에는 누구나 힘들고 괴롭습니다. 그러니 평소 터널 밖의 밝은 풍경을 상상하는 힘을 단련해두면 어떨까요?
'어두운 터널 안에서는 자신을 믿어라'라고 말하는 대목을 마주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내게 어두운 터널은 무엇일까?'라는 물음 앞에서 지체 없이 육아라고 말하게 된다.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아이들은 전적으로 내게 의지하고, 하나인 몸으로 두 명의 아이를 케어하느라 숨 돌릴 시간도 없는 상황들은 나 혼자 덩그러니 어두 껌껌한 독방에 갇혀 있는 기분이다.
한다고 크게 알아주는 이도 없고, 힘들어도, 아파도, 숨이 막혀 도망치고 싶어도 갇힌 채로 울부짖어야만 한다.
요새의 일이다.
둘째가 크면 손이 덜 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손이 더 간다.
'어서 커라. 어서 커라.'하며 주문을 걸기까지 했는데, 낮잠 시간은 줄어들고, 엄마와 노는 시간은 늘어났다.
둘째가 오래 자주면 고맙지만, 쉴 수도 없다. 등 뒤에는 정리해야 할 집안 살림이 여기저기서 손짓을 한다.
부지런히 집안일을 끝내고 이제야 내 시간 좀 가지나 싶으면 둘째는 깨난다.
처음에는 이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혼자서 마음을 쥐어뜯었지만, 지금은 '그래도 밀린 집안 살림은 끝냈네. 다행이야'라고 감내하는 법을 익혀가고 있다.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우리 집 아이들은 너무 늦게 잔다는 거다.
6살인 첫째, 생후 5개 월반이 된 둘째 모두 밤 11시~12시 사이에 잠든다.
첫째는 생후 6개월부터 어린이집에 아침 7시 반에 등원하고, 저녁 7시 반에 하원했다.
8시에나 집에 온 첫째는 부모랑 잠시 놀고, 목욕하고 잠자리에 들면 보통 저녁 10시~10시 반이 된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부모 아래서 자란 덕분에 첫째는 아기 때부터 늦게 자는 버릇이 들고 말았다.
그러다 한 살 한 살 더 먹으니, 이제는 본인이 놀고 싶어서 점차 늦게 자려 했고, 그러다 보니, 저녁 11시~12시 사이에 자게 된 것이다.
우리가 첫째의 생활리듬을 올빼미형으로 만들어 놨으니, 할 말은 없지만, 부모의 체력이 방전됐음에도 팔팔 날뛰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마지막 한 톨 남아 있던 기력마저 빠져버린다.
운좋게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일찍 자게 되어, 내 시간을 좀 가져볼까 하면 방전된 체력과 정신은 희미하게나마 빛을 발하다 꺼저 버린다.
일찍 일어나겠다고 노력해보지만, 둘째로 인해 새벽에 2~3번은 깨나는 통에 해가 고개를 들었음에도 일어나지 못해 첫째가 깨워줘야 어기적어기적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둘째가 자는 동안 살림은 미루고, 내 시간을 가지면 좋겠지만, 첫째의 하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정리 안된 살림을 보면 숨이 턱 막힌다.
그렇다고 나를 위한 시간을 포기할 순 없어서, 둘째가 자는 동안 짬짬이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 대가로 둘째가 깨난 후에 집안 정리를 하면,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둘째를 돌보다 정리하다 정신은 없다. 몇 번이고 찡찡대며 시동을 걸다 끝내 엄마가 오지 않으면 둘째는 울고. 쩌렁쩌렁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집안 살림을 하는 것은 곤욕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내가 살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만 고된 육아를 헤쳐나갈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언젠간 끝은 날 테니, 그때까지 지금처럼 버텨봐야 할 노릇이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분명 터널의 끝이 가까워오며 바람이 솔솔 불고,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풍경이 내 눈앞에 가까워 올 것이다.
[p.7]
어떻게 하면 마음을 평온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나치게 고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자신의 '마음의 균형'을 파악해둬야 합니다.
[p.30~33]
집착이 지나치면 진짜 필요한 걸 놓친다
- 인간이 살아간다 함은 시대를 따르는 일입니다. 그 때문에 특정한 것에 집착하면 피곤해지죠. 가능한 유연하게 대응해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 스트레스로부터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너무 집착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p.54]
사람은 시간이 남아돌면 잡념이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고민이 이싸는 건 바꿔 말해 고민할 만큼 시간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p.69]
사람의 몸에는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라는 대원칙이 있는데 마음 역시 사용하지 않으면 녹슬고 맙니다.
[p.70]
TV가 주는 긍정적인 요소를 잘 활용하면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며 치매예방에도 좋다.
TV의 좋은 점은 보는 사람이 주도권을 잡는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방송만 골라보면 됩니다. TV는 시청할 프로그램을 잘 선별하고 적당히 절제할 줄 안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TV를 저속한 매체로 생각했는데, 치매예방에 좋다는 말에 솔깃하다. 마음의 불을 따스히 지펴주는 프로그램 시청은 내 삶에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었다.)
[p.141]
나이 들거나 은퇴 후 혼자 살기 시작하면 갑자기 말을 할 일이 적어집니다.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죠. (···) 목소리를 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발성은 몸의 근원적인 기능 중 하나입니다. (···) 사람 몸에는 '사용하지 않는 기능은 급속도로 저하된다'라는 대원칙이 있습니다. (···) 주변에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는 사람도 제법 있는데 그런 사람에게 '노래하기'를 추천합니다.
[p.156]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삶은 외로운 법입니다.
노년의 생사관
- 될 수 있으면 죽음은 멀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 무의식 속에 강하게 가지하고 있는가 봅니다. 특히 건강이 안 좋을 때 삶에 강한 집착을 하고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 있으면 '괜찮을까?'하고 불안해지죠. 나이를 먹을수록 이러한 시간은 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인생이란 불안과 공생하는 것임을 절감합니다.
- 생로병사: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네 가지 고통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
생로병사에 대한 불안은 중노년 이후에는 상당히 큰 문제입니다. 불안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을 뛰어넘는 '삶의 기쁨'을 느끼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나이 들면 흡인성 폐렴 조심하기
- 흡인성 폐렴은 세균이 침이나 위액과 함께 폐로 들어가서 생기는 폐렴을 말합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인구동태통계>(2014)에 따르면 폐렴에 걸린 고령자의 60~80퍼센트 이상이 기도 흡인과 관련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반사작용이 둔해지기 때문에 흡인성 폐렴이 잘 생기는 것이죠. 기도 흡인으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음식을 천천히 먹고 식후에는 한동안 눕지 않는 등의 예방도 필요합니다. 특히 식사 중 숨이 막히거나 침을 삼킬 수 없거나 목에서 트림하는 듯한 소리가 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합니다. (p.85)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
- 건망증이란 구체적인 부분을 잊어버리는 증상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증상입니다.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약속 장소가 생각나지 않는다
어제저녁에 뭘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반면 치매는 큰 덩어리째 잊어버립니다.
물건을 어딘가에 둔 것 자체가 기억나지 않는다
약속 자체를 잊어버린다
어제저녁을 먹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한다.
이는 방금 밥을 먹은 치매 환자가 "밥은 언제 줘?"하고 묻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치매 환자의 경우 밥을 먹었다는 사실 자체를 깨끗이 잊어버립니다.
어떤 일을 통째로 잊어버리기 때문에 "누가 내 물건을 훔쳐 갔다"라는 식의 착각이 많아져 대인관계에 말썽이 끊이지 않죠. 그러니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생각나지 않는다고 해서 '나도 이제 치매인가 봐'하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단, 건망증이 너무 심해서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건망증 전문 진료를 받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