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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안도현


(시에 대해 알려고 할수록 시가 어렵게 느껴진다. 

또한 시에는 틀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하니.... 다차원적인  접근은 가볍던 발걸음도 무겁게 만든다.

이래서 시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가볍고 친숙하게 다가갔던 시라는 게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렇지만 시에서 받았던 감동들을 놓칠 순 없기에 감내하며, 발을 떼려 한다.


이 책은 나태주 시인의 「죽기 전에 시 한편 쓰고 싶다」보다 구체적이고, 다른 시작법 책에(시 쓰기의 발견 : 시는 어떻게 쓰는가/오세영) 비해선 쉽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아마도, 너무 이론 중심으로 치우치지 않고, 저자의 이야기가 많은 분량을 채우고 있어서 딱딱하지 않게 다가왔던 거 같다.

책을 통해 몰랐던 시인들도 알게 되어 좋았지만, 한 번에 너무 많은 시인을 알게 되니, 정리가 되질 않는다.

대체 어디서부터 정리를 하며 시작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진 않지만, 책에서 알려준 시작법을 통해 시를 어떻게 음미 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순 있었다.


우선,  안도현 시인의 책을 접하며 가장 눈여겨봤던 장옥관 시인, 황지우 시인을 거쳐

(이 책을 통해서는 아니지만) 이사라 시인, 문숙 시인, 박준 시인으로 차차 걸음을 떼보려 한다.


읽다 보면 뭔가 느껴지는 게 있겠지? 

읽다 보면 시와 손을 맞잡게 되는 날이 오겠지?

읽다 보면 시와 나란히 걷는 시기가 오긴 하겠지?


시를 많이 접해보자. 조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점점

그러다 보면 시와 친해질 날이 오겠지.)


시를 대하는 자세


[p.13]

시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

- 시집을 백 권 읽은 사람, 열 권 읽은 사람,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 중에 시를 가장 잘 쓸 사람은 누구이겠는가?

(···)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본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줄 아는 법이다. 즉 맛있는 시를 많이 음미해본 사람이 맛있는 시를 쓸 수 있는 이치와 같다.


[p.24~25]

시인으로서 타고난 재능에 기대어 시를 기다리지 마라. 그리고 재능이 없다고 펜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지도 마라. 그렇게 하면 시는 절대로 운명의 조타수가 되어주지 않는다. 시인 역시 시의 길을 여는 조타수가 되려면 선천적인 재능보다 자신의 열정을 믿어야 한다. 이광웅 시인은 「목숨을 걸고」라는 시에서 "뭐든지/진짜가 되려거든/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고 주문 한 바 있다. 열정의 노예가 되어 열정에 복무할 때 우리는 그 열정에 대한 신뢰를 가까스로 재능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p.40]

상투성(늘 써서 버릇이 되다시피한, ↔ 참신함)은 시의 가장 큰 적이다.


[p.50]

상투적인 눈, 관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식, 진부한 언어로는 진정성의 끄트머리도 붙잡을 수가 없다. 새로운 것과 참된 것은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생겨난다.


[p.54]

시를 찾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 한 마디 더 귀띔한다. "오래 들여다보면 모두 시가 된다'라고 이정록의 어록이다.


[p.59]

'무엇'을 쓰려고 1시간을 끙끙댈 게 아니라 단 10분이라도 '어떻게' 풍경과 사물을 바라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p.60~61]

시의 소재로서 한 알의 사과가 있다. 당신에게 이 한 알의 사과에 대해 시를 쓰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은 적어도 다음에 제시하는 열 가지 정도의 행동을 수행하거나 사유를 움직여야 한다.


1) 사과를 오래 바라보는 일

2) 사과의 그림자를 관찰하는 일

3) 사과를 담은 접시를 함께 바라보는 일

4) 사과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뒤집어 보는 일

5) 사과를 한입 베어 물어보는 일

6) 사과에 스민 햇볕을 상상하는 일

7) 사과를 기르고 딴 사람과 과수원을 생각하는 일

8) 사과가 내 앞에 오기까지의 길을 되짚어 보는 일

9) 사과를 비롯한 모든 열매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일

10) 사과를 완전하게 잊어버리는 일


이렇게라도 해야 당신은 비로소 시의 첫 줄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p.80]

머릿속에 그림이 하나 그려지면 대체로 좋은 시에 가깝다.


[p.86]

그러니 시가 오지 않으면 아등바등 시를 찾아 나서지 마라. 그냥 놀아라. 빈둥거려라. 시를 써서 무슨 이름을 얻겠다는 허영심을 버리고, 시가 실패할지 모른다고 초조해하지도 마라.


[p.89]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알면서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 시인이다.



시에서 묘사란


감정을 쏟아붓지 말고, 감정을 묘사하라

[p.92~93]

시에서 함축은 긴 내용인 '줄여 말하기'가 아니라 '비유해서 말하기'다. 길이의 단축이 함축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의 함축은 오히려 '감추어 말하기'에 가깝다. 독자의 입장에서 함축의 의미는 '시인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시인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즉 함축이란 겉으로 드러난 언어의 뜻을 좇는 게 아니라 언어가 내포한 속뜻과 암시하는 바를 살피는 길이라 할 수 있다.


묘사의 힘

[p.96~96]

감정을 언어화하는 이 과정을 '묘사'라고 한다. 그러니까 묘사란 감정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로 그려내는 것이다. 시인이 묘사한 언어를 보고 독자는 머릿속에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되고, 그 그림을 이미지라고 한다.


- 시인은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 정확하고, 절실하게 언어로 그릴 책임이 있다. 내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까발려 드러내면 시가 추해진다. 내 마음을 최대한 정성을 들여 그려서 보여주기 그게 시다.


묘사는 관찰로부터

[p.100]

묘사의 일차적인 목적은 사물이나 풍경을 '있는 그대로'그리는 것이다.


[p.105]

묘사는 개념을 해체한다. 밤은 어둡다. 여름은 덥다. 꽃은 아름답다. 개나리는 노랗다 와 같은 문장은 고정관념이 만든 개념적 표현이다.

묘사는 개념을 구체화하거나 해체하는 데 기여한다.

예를 들면 "시장에는 여러 가지 채소가 많다"라고 쓰면 죽은 문장이다. "가락시장에는 배추, 시금치, 상추가 많다"고 쓰기 시작해야 문장에 조금이라도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시의 화자란


[p.112~115]

시적 허구

시 속에서 말하는 사람을 화자라고 한다. 화자는 때로 '서정적 자아' '시적 자아' '시적 주체' '서정적 주인공' '페르소나'와 같은 용어로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어떻게 부르든 시인과 화자를 따로 구별하는 것은 그 둘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습작기에 있는 사람일수록 시인과 화자를 의식적으로 구별하는 공부가 꼭 필요하다. 시를 쓰는 시인은 화자를 통해 말해야지 스스로 시 속에 뛰어들면 안 된다. 그러면 시가 시인의 고백 즉 사적인 발언으로 전락하고 만다.

시인과 화자를 동일하게 여기지 말고 구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라는 형식이 하나의 허구임을 전제로 해야 한다.


화자 뒤에 숨은 시인

시를 한 편 한 편 쓸 때마다 당신은 연출가가 되어야 한다.

화자를 시의 무대 위로 내보내 놓고 화자의 뒤에 숨어 배후 조종자가 되어야 한다.



현명한 시작법


- 관념적인 한자어를 척결하라

- 형용사를 멀리하고 동사를 가까이 하라

→ 형용사의 과도한 사용은 시의 바탕이라 할 은유와 상징이 설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미지가 들어앉을 자리를 형용사가 차지하고 있으면 그 시는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내용이 없고, 그 뜻은 쉽게 드러나지만 깊이가 없어 천박해진다. 사물의 핵심을 표현하는데 게으른 시인일수록 형용사를 애용한다.

그가 제시한 형용사를 따라다니다 보면 독자는 상상할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


- 색채 형용사(감각 형용사): 빨갛다, 파랗다, 노랗다, 하얗다....


- 제목을 결정할 때 유의할 점(강연호 시인)

① 본문의 주제나 내용과 일정한 조화를 이루도록 할 것

② 너무 거창하거나 추상적인 제목은 피할 것

③ 본문의 내용을 모두 풀어 제시하는 제목은 피할 것


- 개념적인 언어를 해체하라 [p.258]

→ 시를 쓰는 일은 마음속에 상상력 발전소를 차려 가동하는 일이다. 그 발전소에서 당신은 먼저 머리에 입력된 모든 개념적 언어를 해체하라. 정진규의 말처럼 시는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말을 버리고 '어머니의 고봉밥'이라고 말하는데서 시작한다. 개념어는 삶을 일반화해서 딱딱하게 만들지만 구체어는 삶을 말랑말랑하고 생기 있게 만든다.


- 강은교 시인의 시작법 Tip

① 장식 없는 시를 써라: 관념이 구체화되고 형상화되었을 때 시가 될 수 있으므로 묘사하는 연습을 많이 하라.

② 시는 감상이 아니라 경험이다: 시적 경험이라는 것은 '나'를 넘어선 '나의 시'를 쓸 때 발현된다

③ 시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엔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서 시가 처음 다가왔던 때를 돌아보며 시작에 대해 믿음을 가져라.

④ 좋은 시에는 전율을 주는 힘이 있다: 늘 세상을 감동 어린 눈으로 바라볼 것

⑤ 자유로운 정신을 가질 것: 틀을 깬 상태에서 예술의 힘이 탄생한다.

⑥ '낯설게 하기'와 '침묵의 기법'을 익혀라

⑦ '소유'에 대한 시인의 마음가짐이 남달라야 한다: 매사 풍요한 상태에선 시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시인이 되려는 사람은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지 말고, 약간의 결핍을 안고 있어야 한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 강은교, 「사랑법」 부분



- 최영철 시인의 시 창작 Tip

① 시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느낌'이므로 이런 느낌들을 그냥 흘려버리지 말고 마음속으로 되새겨 보라

② 바람이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면 속으로 '바람은 시원하다'라고 한번 중얼거려라.

③ 바람이 어떻게 시원한지를 느껴보라

④ "막혔던 가슴속 응어리를 뚫어 주듯이 시원하다" "바람에 실려 그리운 사람의 향기가 전해져 오는 것 같다"처럼,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물과 현상들 모두에게 어떤 느낌을 가지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것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생명을 부여하는 시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가"를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글을 남과 다르게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꿔라. 

→ 자신감을 가져라.

→ 글감을 먼 곳에서 찾지 말고 주변에서부터 찾아라.

→ 자신의 부끄럽고 추한 부분,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치미는 미세한 감정의 변화까지도 숨김없이 보여주어야 독자는 흥미와 감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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