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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는 엄마를 작아지게 한다

육아로 체력과 정신이 바닥을 드러낼 무렵 맥주 한 캔을 까버렸다.

맥주의 청량한 목 넘김과 스트레스가 목구멍을 넘어 오장육부로 퍼지며 희미해지는 느낌이 나를 위로해 다. 그러나, 살이란 친구가 손을 흔들며 짐 한 보따리를 싸매 들고 장기 투숙하기 위해 내게로 걸어온다.

‘뭐.... 어때.... 한 캔인걸...... 내일 절식하지 뭐.....’

그러나....

내일의 해가 뜨면, 내 배도 눈을 뜬다.

‘배고파. 배고파. 먹을 것 좀 줘!’

배고픔을 이겨 내지 못한 나는 잘 먹어야 오늘의 육아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는 합리화로 입에 먹을 것을 집어넣는다.

‘(꿀꺽) 맛있. 한 입 더 먹어볼까....’ 한 입이 2의 배수로 출발되는 시점이다.

그리고는 죄책감 엄습...... 이런.....

‘그래.... 내일부터 관리하자!’

하면서, 1킬로 빼기가 너무나도 힘든 엄마.     



세상에는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며 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는 정직한 다이어트 밖에 없는 걸까...     

“아니야! 그래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을 거야. 1일 1식도 있고, 소식도 있잖아!

1일 1식은 힘드니까. 1일 2식으로 합의를 보고, 덤으로 소식까지 하는 거지! 멋진 생각이야!”     

그러나 먹은 게 적으니 변비를 달고 살고, 영양이 부족하니 머리카락은 수시로 빠지며, 어지럽기도 하다.

예전에 변비와 치질로 항문외과에서 진료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입으로 들어간 게 없으니 나오는 게 없고, 조금씩 먹었으니 토끼똥을 알알이 싸는 거예요! 환자분도 그렇고 한국 여성들이 변비로 고생하는 건 적게 먹어서 그런 거예요! 변비와 치질이랑 이별하고 싶다면, 삼시세끼 영양가 있게 잘 챙겨 먹어야 해요!”     

식단만으로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계획은 휘청거렸다.

‘절식도 쉽지 않구나. 절식을 위해서는 변비를 감내해야 하는구나.... 장기간 를 달고 지내면  치질이 생기고...... 휴... 다이어트는 고난이구만. 다른 사람들은 절식을 면서 다이어트도 잘만하던데, 그 이면엔 변비를 감내하고 있었던 건가. 아니라면 내 몸만 이상한 건가... ’     

어깨가 축 쳐졌다.



그렇다고 다이어트를 포기할 순 없는 아이러니.

'그렇다면! 운동이다!'

근데 운동을 하고 싶지만, 육아와 살림에 치이다 보면 기력 방전, 정신 방전..... 시간 방전.

'이것도 쉽지가 않구나.......'

운동을 다니지 못한다고 기죽지 말고 나름대로 집안일을 열심히 하면, 체중이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으며 분주히 움직여 보지만 몸무게 바늘은 그 자리 그대로다.... 하...... 좌절.... 나를 더 작아지게 한다....


하루가 다르게 뱃살은 감칠맛 나게 물렁거린다.

이대로 살다 보면 나잇살도 늘어난다는데 걱정이다.      

엄마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다이어트는 큰 산과 같다.

발도 내딛지 않았는데, 언제 정상에 도달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운동을 다니면 그만이지만, 전업주부일 는 돈이 아까워서 못 가고, 워킹맘일 는 시간이 없어서 다니는 게 쉽지 않다.

이대로 아이들이 클 때까지 다이어트를 내려놓고 있어야 하는 건지....

그렇다면, 여기서 더 찌지 않고 유지만 해줘도 감사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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