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은 처절히 분투했다

"요새 학교에서 뭐해?"


2020년 매미가 시끄러이 울어대던 여름. 신랑이 사촌에게 물었다. 사촌 동생 그러니까 내겐 아가씨인 그녀는 중학교 선생님이다.

그녀는 말했다.


"정말 힘들어. 일이고 뭐고 민원 처리하기도 바빠. 하루에 얼마나 통화하는지 모르겠어."


난 아가씨의 대답을 왼쪽 귀로 듣고 오른쪽 귀로 흘렸다. 솔직히 그땐 그 말을 들으면서도 속으로 생각했다.

'수업 없으니까 좋지 않나.'

내가 생각한 교사의 일상은 수업시간에 맞춰 EBS 교육 영상을 틀어준 후엔(우리 땐 학교에서 틀어주는 교육영상은 무조건 EBS였다) 앉아 있다가 아이들이나 학부모 전화가 오면 몇 통 받다 오는 거라 여겼다.



아가씨 대답에 심.각.성을 알게 된 건, 한참 뒤인 <코로나 시대 교사 분투기>를 읽고 나서다.

<코로나 시대 교사 분투기>로 교사에게 닥친 상황과 민원처리라는 용어의 무게를 뒤늦게 알았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암담했을까. 얼마나 막막했을까. 나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졌다. 나처럼 교사의 노고를 모르는 분이 있을 테니까.



2020년 2월 국내 처음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2월 말엔 '신천지 집단 감염'사태로 확진자는 여러 지역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결국 학교에도 영향이 갔다. 3월 2일 개학이 3월 9일로 연기됐으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교사들은 상황이 곧 끝나리라 여겼다. 그러나 연기된 개학은 풀릴 줄 몰랐다. 급기야 3월 31일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실시한다고 발표했고 얼마 후 온라인 수업도 시작됐다. 교사들은 다급했다. 온라인 수업을 하루라도 빨리 구축해야 했으니까.

온라인 수업은 플랫폼을 선정하는데서부터 갈등을 빗었다. 플랫폼은 다양했다. Zoom, 구글 클래스룸, 클래스팅, E-학습터, EBS 온라인 클래스, 네이버 밴드, 웹엑스, 구글 미트 등등. 우여곡절 끝에 플랫폼을 선택했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새로운 온라인 도구를 익혀야 하는 것이다.



''Y세대(80년대생)' , 'X세대(70년대생), '베이비 부머 세대(50-60년대생)' 교사들은 격차가 났다.

젊은 세대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순조롭게 적응했지만, X세대와 베이비 부머 세대 교사들은 녹록지 않았다. 아날로그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들은 최신 디지털 도구에 어두웠다. 그럼에도 온라인 수업이라는 위기의 봉착으로 플랫폼과 툴을 단기 속성으로 우걱우걱 배워야 했다. 그러나 배울수록 마음처럼 안됐다. 그들은 열등감에 사로잡혔고, 좌절했다.



상황이 어쨌든 온라인 교육은 쓰나미처럼 몰려왔고,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려야 했다. 한 차시(수업 한 시간 동안 배우는 학습 분량)를 만드는데 보통 3~5시간이 걸렸다. 그중엔 수많은 밤을 지새운 선생님들도 많았다.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것은 물론, 녹음과 녹화까지 해야 했으니까. 그날그날 수업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 바빴고, 다양한 툴을 익히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만들어 올렸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막상 수업시간엔 영상 재생이 안된다느니, 프로그램 구동이 안된다느니, 소리가 안 난다느니, 사이트 접속이 안된다느니와 같은 민원을 받아야 했다. 선생님은 당혹스러웠다. 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게 무슨 일이람. 본인도 모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땀을 뺐다. 그때 선생님은 배운다. AVI 파일과 MP4 파일이 다르다는 것과 동영상은 용량 조절이 필요하다는 걸.



온라인 수업은 학급별로 비교됐고 학부모의 민원을 야기했다. <코로나 시대 교사 분투기>에서는 가장 힘들었던 상황을 이렇게 말한다.


"특히 맘카페로 교사들은 상처 받았어요"


맘카페에서는 누구나 알 수 있는 특정 교사를 지목하며 평가하고 지적했다. 학교마다 비교하기도 했다. 다른 학교에 비해 부족한 점이 보이면 민원을 넣자고 담합하는 경우도 있었다. 맘카페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국내 최대 맘카페는 회원수가 무려 300만 명을 육박한다. 맘카페는 육아, 교육, 생활 등의 전반적인 정보를 공유한다. 나 역시 어린이집을 알아볼 때 맘카페의 도움을 받았다. 평이 좋은 어린이집은 리스트에 올렸고, 평이 나쁜 어린이집은 걸렀다. 요즘엔 지역별 혹은 아파트 별로도 맘카페가 형성되고 있어 더욱 세세하고 명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한 맘카페에서 특정 음식점, 학원, 병원 등에 대한 좋은 글이 올라오면 그곳에 사람들은 몰렸지만, 부정적인 글이 올라오면 해당 업소는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그러니 교사들은 오죽했을까. 부모에게 아이 교육은 예민한 부분이다. 좋은 게 있으면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그러니 학교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부모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앞에서 따지지 못하더라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맘카페에 블로그에 SNS에 글을 쓴다. 교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의 스트레스는 이것만이 아니다. 아이 수업 문제로 학부모와 상담할 때면 곤혹스러울 때도 있었다. 아이를 몇 번 봤다고 평가하냐고 지적하는 부모, 코로나로 생계도 힘든데 아이 교육 문제로 왈가왈부하는 게 뭔 소용이냐고 짜증 내는 부모, 무엇보다 비대면 교육이 시작된 후론 학부모의 부탁도, 문자도 많아졌고, 전화 통화도 빈번해졌다. 수업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관리하면서도 그 모든 걸 해내야 했다. <코로나 시대 교사 분투기>의 이보경 작가님은 마치 자기가 콜센터 직원이 된 거 같았다고 했다.



교사들은 교사대로 이 초유의 경험 속에서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 하루하루 막막하다. 물론 지금도. 온라인 수업이 자리잡지도 못한 상황에서 세세한 방침을 내리는 교육부로 인해 교육청은 우왕좌왕했고, 학교는 혼란스러웠다. 1학기엔 온라인 수업이었다가, 2학기엔 쌍방향 수업이었다가, 수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은 변경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 따라 등교도 2/3에서 3/1로, 3/1에서 3/2로, 주 2회 등교였다가, 주 3회 등교였다가, 주 4회 등교로 시시각각 변했다.

날뛰는 교육과정으로 교사들은 지쳐갔다.(물론 학부모도, 아이들도) 이런 과정에서 불편함과 불만을 느낀 부모는 따졌고, 민원을 처리하는 건 선생님 몫이었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을 요구하는 부모들로 선생님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수업, 아이들 관리, 민원처리로 24시간이 모자란 선생님은 정작 자신의 자녀는 돌 볼 수 없었다.



교사들은 처절히 분투했다. 영혼을 갈아 넣으며 노력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나는 바란다.

이 글을 쓰기 전의 나처럼 코로나 시대 교사는 놀고먹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길.

교사가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얼마나 지쳐있는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길.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땅의 모든 선생님!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애쓰셨고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교사의 생존을 위한 분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교사들이 노력을 하고 있지만 등교 수업, 온라인 수업, 쌍방향 수업을 병행하며 많이 지쳐 있음을, 그래서 수업을 돌아볼 여유도 없는 안타까운 상황임을 잊지 않아 주었으면 좋겠다.

- <코로나 시대 교사 분투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