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끝날 때까진 힘을 빼기로 했다...

혹독한 두 번째 가정 보육



<2020년 4월 13일에 작성했던 글을 재퇴고했습니다>



수요일마다 글 한편을 발행하자는 포부는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의 여파다. 징글징글한 바이러스가 세상을 잠식하기 전엔 나의 일상과 계획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5시에 일어나 필사를 한 후 글을 썼다. 그러다 첫째를 깨우고 등원 시켰다.

오전 일과를 보내다 낮잠 시간이 되면 둘째를 재우곤 책을 읽고 노트북을 꺼내 글을 마저 썼다. 그 덕에 이곳 브런치에 일주일마다 글을 발행할 수 있었다.



근데 요새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피곤해서 건너뛸 때가 많고, 둘째 낮잠 시간에 글 쓰던 시간도 홀랑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대신 둘째가 자면 첫째와 시간을 보낸다. 동생의 방해 없이 엄마와 단둘이 놀기를 목 빠지게 기다린 첫째에게 싫다고 밀쳐낼 수는 없지 않은가.



가정 보육을 시작한지가 언제더라. 2월 24일부터니까... 한 달이 넘었다. 처음엔 혼자서 7살, 3살 아이를 하루 종일 돌봐야 한다는 것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지만, 슬프게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고, 두 아이와의 루틴이 생겼다.



아이들이 깨나면 밥을 먹인 후 첫째에게 태블릿을 한 시간 보여준다. 그 사이 난 둘째와 논다. 그러다 첫째의 태블릿 시청 시간이 끝나면 둘째에게 TV를 틀어주고 첫째와 놀이를 시작한다. 어느 순간엔 두 아이와 함께 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점심이 되고 저녁이 된다. 어찌어찌 긴 하루는 이렇게 지나가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둘째가 낮잠 자면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시간이 그토록 그립다. 낮에 하던 독서를 못하니까 요새 책을 통 읽질 못한다. 어떤 책에서는 아이들 TV 볼 때, 한눈팔 때, 밥 먹일 때 틈틈이 책을 읽으라고 했지만 내겐 맞지 않았다. 이제 좀 중요한 부분, 재밌는 부분, 집중하고 싶은 부분을 읽으려는데 방해를 받으면 그렇게나 아이들이 미워졌기 때문이다. 그 감정은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며 목소리를 높이게 했다.



그렇다고 새벽 시간에 독서에 비중을 두는 건 또 내키지 않는다. 독서도 독서지만 내겐 글쓰기가 더 우선순위다. 그러니 겨우겨우 만들어낸 나만의 시간엔 더 중요한 일들을 먼저 해야만 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일상에서 내 유일한 쉼이자 행복이요, 육아 전선을 버티는 원동력 그 자체니까. 솔직히 고백하면 노력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어떤 날엔 무리하며 글 쓰고 필사하고 독서까지 해봤지만 책이 머리에 통 들어오지 않았다. 읽을수록 글을 읽는 건지, 글자 모양을 보는 건지 분간이 안 갔다. 집중하려 몰아붙여 봤지만 머리는 멍해지며 졸릴 뿐이었다.



그건 글을 쓸 때도 영향을 주었다. 비록 글 쓰는 시간을 새벽에 만들었다지만 앙코 빠진 단팥빵처럼 알맹이가 쏙 빠진 글을 쓰는 느낌이랄까. 책을 두루두루 읽을 수 있었다면 그만큼 참고할 내용도 많아 더 잘 쓸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은 입을 삐쭉 나오게 했다. 그럼에도 ‘수요일마다 발행하자’는 나와의 약속으로 어쨌거나 글 한편은 나왔지만 그게 또 매주는 아니었다. 수요일에 발행 못하는 날에는 존재감에 균열이 갔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어제와 다를 게 없는 하루는 시작됐다. 다른 점이 있다면 7시 반에 첫째가 울며 컴퓨터 방으로 왔다는 것. 보통 9시 반에서 10시 반 사이에 깨나는 딸이 어쩐 일로 깨난 거지란 생각보단 ‘아... 씨... 왜 벌써 깨난 건데.’라는 불평이 먼저 나왔다. 첫째는 쉬를 하려는데 무섭다고 했다. 즉 같이 가달란 소리다. “너 7살이야. 왜 혼자 못 가!” 한 소리 하고는 이내 아이 따라 화장실 앞에 섰다. 소변을 보고는 세수를 하겠다는 딸을 보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세수한다고?! 더 안 잘 거야? 더 자~ 너 일찍 일어났어!”

“엄마. 나 다 잤어.”



하루의 시작이 벌써부터 힘들어지려 하고 있었다. 첫째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손을 씻다 말고 말했다.



“엄마 왜 그래? 화났어? 표정이 무서워.”

얼굴이 달아올랐다.

“어... 그냥 피곤해서.”



부끄러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앞에서 인상이나 쓰며 땍땍 거리는 나는 뭐 하는 짓인지. 아이가 뭔 죄라고 원망하는 건지. 뭐 한다고 글쓰기에 연연해하는 건지. 이럴 바엔 글쓰기를 몰랐던 예전이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상황이 쌓일수록 애들에게 미안했다. 생각해 보면, 난 수요일마다 한 편의 글을 발행한다는 계획으로 마음이 바빴다. 뜻대로 계획을 완수하면 기쁨을, 못하면 죄스러움을 느꼈다. 죄스러운 느낌과 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싫어 더욱 꾸역꾸역 오기를 부리며 글쓰기에 집착했던 거 같다. 문제는 이 시국에도 그 끈을 놓을 수 없었다는 거다. 그럴수록 아이들에게 화를 냈고, 살림하며 짜증을 냈다.



하... 어쩌란 말이냐.

고민 끝에 잠시 힘을 빼기로 했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육아에 집중하기로.

또한, 매주 수요일에 발행하자는 계획에도 연연해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지키고, 가정의 화목을 지키기 위해 즐거이 하던 글쓰기가 얼룩진 스트레스로 변질되지 않도록, 그 감정이 아이들에게 흘러가지 않도록, 조금은 느슨하고 여유 있게 나아가 볼 생각이다.








코로나가 끝날 때까진 새벽에 주어지는 시간이나마 사랑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즐겨찾기에 있는 브런치를 클릭했다. '기타 이력 및 포트폴리오' 란을 지긋이 바라봤다. 입술을 깨물다가 프로필 편집 버튼을 눌러 타닥타닥 키보드를 쳤다.



‘매주 <수요일> 이곳에 글을 올립니다’를

‘글을 올리게 되면 <수요일>에 발행합니다’로 수정했다.



‘흠~’ 날숨이 저 깊은 곳으로부터 나왔다. 왼손으로 앞머리를 걷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다 브런치를 껐다.

노트북을 접고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평탄한 가정 보육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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