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차 대유행이 조금씩 사그라들던 때였다.
"우리 유치원은 재롱잔치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준대."
또 다른 지인은 말했다.
"아들의 학예회가 아예 취소됐어요. 열심히 연습하던데..."
그들에 비해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은 2주나 재롱잔치가 늦었다.
그래서 희망을 품었다. 혹시 가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이번만큼은 꼭 참여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딸의 마지막 재롱잔치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이므로 직접 보고 응원하고 환호하고 격려해 주고 싶었다. 코로나로 부모 참여 수업을 못한 건 아쉽지 않았는데, 딸의 마지막 재롱잔치는 관람하지 못하면 서운할 듯했다.
재롱잔치를 1주일 남긴 금요일. 어린이집 공지가 떴다.
'재롱잔치는 원에서 영상으로 찍어서 발송합니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한풀 꺾이며 진정세에 돌입하던 시기였다. 대면으로 진행하면 안 되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코로나는 나아지고 있었지만 완벽히 사라진 건 아니었으므로.
아쉬움보다도 안전한 게 중요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제야 영상을 어떻게 찍어서 보내줄지 궁금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아이의 재롱잔치 당일이 되었다. 솔직히 까먹고 있었다. 그날 오후 '키즈노트' 알림장을 보고서야 기억해 냈음을 고백한다. 알림장엔 아이의 재롱잔치 영상과 함께 선생님의 글이 있었다. 영상을 보기 전 글을 봤다.
세연인 강당으로 내려가기 전 함께 할 친구와 으쌰 으쌰 구호도 외쳤고, 신이 난 아이들은 서로 먼저 하겠다고 아우성쳤으며, 막상 무대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잔뜩 긴장했다고. 세연인 자기 차례가 되자 처음엔 어색해하고 쭈뼛거렸지만 금세 열심히 노래 불렀다고 적혀 있었다.
화면을 다시 올려 동영상을 봤다. 동영상 섬네일엔 두 여자아이가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왼쪽은 세연이었고, 오른쪽은 세연이의 단짝이었다. 아이들 뒤로는 ○○○○ 어린이집 동요 · 동시 발표회라는 현수막이 벽 하나를 완전히 차지하고 있었고, 바닥에는 하얗고 노랑 풍선이 한가득 깔려있었다. 재생 버튼을 눌렀다.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무슨 노래 부를 거죠?"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우렁차게 대답한 세연이는 손을 팔랑거리며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오른손을 불끈 쥐며 파트너에게 파이팅 했다. 반주가 흘렀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우리가 힘들잖아요~"
두 아이는 어깨를 으쓱으쓱 거리며 소리 높여 불렀다. 우리 딸은 중간중간 뱅그르르 돌며 윙크했고 계속 폴짝폴짝 뛰었다. 아이들 박자에 맞춰 박수소리가 들렸다. 근데 그게 다였다.
아이는 즐겁고, 재밌어하는 듯했지만, 부모인 나는 내심 안타까웠다.
불과 1년 전 재롱잔치는 부모와 조부모 형제들로 강당은 가득 찼다. 아이들이 동시 낭독을, 노래를, 율동을 하면 그들의 부모는 "○○○ 잘한다!" "○○○ 멋지다!"를 비롯한 환호가 강당에 쩌렁쩌렁 울렸다. 부모에게 노래를 부르면서도 브이를 날리는 아이도 있었고, 계획에 없던 율동을 하며 재롱부리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노래 가사를 까먹어 우는 아이도 있었다. 그 앞에서 부모들은 같이 웃고, 안타까워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아이들의 공연을 응원했다.
그랬기 때문에 올해 어린이집 재롱잔치 영상은 아쉬웠다.
분명 친구들과 동생들이 열심히 손뼉 쳐줬겠지만, 부모만큼 하겠는가.
분명 선생님과 원장님이 잘했다고 칭찬하고 환호해 줬겠지만, 어린이집 강당을 가득 채웠던 부모들의 함성과 환호에 비하겠는가.
어린이집에서의 마지막 재롱잔치였는데... 사진과 영상을 듬뿍 찍지 못한 게 내심 애석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개의치 않았다. 재밌었다면 즐거워했다.
엄마에게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 연습했을 아이를 생각하니 가슴 깊은 곳이 콕콕 찔렀다.
재롱잔치 연습을 숨기며 엄마를 깜짝 놀래키려 한 아이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재롱잔치를 하고 온 날 저녁, 밥을 먹다 말고 아이는 물었다.
"엄마! 내가 노래한 거 선생님이 보내줬어?"
"응! 선생님이 세연이 너무 너~무 잘했다고 최고라고 그랬어! 율동하면서 씩씩하게 너무 잘 부르던데?!"
세연이에게 재롱잔치 영상을 보여주자, 부끄럽다며 얼굴을 파묻더니, 곧 얼굴을 빼꼼 내밀며, 히히히 웃으며 자랑하기 바빴다.
"엄마! 있잖아~ 앞에서 노래하기 무서웠는데, 친구들이 손뼉 쳐주고, 선생님이 응원해 줘서 부를 수 있었어!"
"우아! 그랬어? 친구랑 선생님 응원받고 너무너무 잘 해냈는걸?! 너무 잘 불렀어! 율동도 잘 했고!"
엄마, 아빠의 응원을 받았다면 더 신나게 부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품다가도, 엄마 아빠 없이도 친구와 선생님의 응원으로 재롱잔치를 멋지게 해낸 아이가 대견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에게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과 영상을 잘 저장하고 보관하는 것뿐이었다. 밥을 다 먹고선 세연이를 포근이 안아주었다.
"세연아! 멋진 노래 불러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그리고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