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경 소방서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살려주세요'라는 말만 두어번 외친 채 전화를 끊었다. 소방서에서는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발신 위치를 찾았다. 당시 형은 안방 침대 위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고, 동생은 침대 옆 책상 밑 공간에서 발견됐다.
안타까운 '인천 라면 형제' 사건의 신고 당시 상황이다. 이 사건은 코로나로 학교에 갈 수 없는 형제가 엄마가 외출한 사이 라면을 끓여 먹다 불이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기사를 읽을수록 알려진 내용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어머나... 라면을 끓여먹다 불이 난 게 아니고, 형의 불장난으로 불이 난 거라고?!'
탄식하며 기사들을 찬찬히 훑었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셋이 사는 형제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 공공임대주택에 살며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160만 원가량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서 형제는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안타까운 건 형제 엄마는 '아이들을 스스로 돌보겠다'는 이유로 매 학기 초 돌봄 교실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악을 금치 못한 내용은 더 있었다. 형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 시설에 단 한 번도 다닌 적이 없다는 사실!
'어쩜 이럴 수 있지?!'
형제 엄마의 생각이야 모르지만, 내 상식으론 이해되지 않았다.
어쨌든 사건 전날부터 엄마는 외출했고, 10살, 8살 형제는 단 둘이 집에 있어야 했다.
마음 한 켠에 바람이 불었다. '어떻게 어린 자녀만 두고 오랜 시간 집을 비울 수 있지?!!'
여러 기사들을 볼수록 마음엔 더욱 거센 바람이 불었다. 형은 ADHD다. 이전에도 가스레인지에 휴지를 갖다 대며 불장난을 한 적이 있다고 엄마는 경찰에 진술했다. 그 날 역시 형은 똑같은 불장난을 하다 화재를 냈고, 동생은 다급히 119에 전화했으며, 끝내 참담한 사건이 일어나고야 만 것이다.
'그렇다면 엄마는 더욱 집을 오랫동안 비우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형제 엄마는 어린 나이에 아이들을 낳았다.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녀는 아이들을 자주 방임했다는 글을 봤다. 가족 내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엄마인 나로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이 화재로 형은 상반신에 3도 중화상을 입는 등 전신의 40%를 화상 입었고, 동생은 다리에 1도 화상을 입었다. 며칠 후 형제는 잘 회복되는듯 했으나, 동생은 많은 양의 유독가스 흡입으로 장기 손상을 입었던 터라 호흡 곤란과 구토 증세를 호소하며 상태가 악화돼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차갑게 굳었다. 정처 없이 보이는 대로 기사를 읽는데 기사 하나가 눈에 더 들어왔다.
전 국민을 안타깝게 만든 일명 '인천 라면 형제 사건' 3개월 만에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웃 주민의 신속한 대응으로 큰 피해를 막았다는 거.
2020년 12월 16일 대전 유성구 장대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비대면 수업으로 10살, 7살 자매는 단둘이 집에 있어야 했다. 부모가 없는 사이 소시지 부침을 하려다 자매는 식용유에 물을 붓고 만다. 불이 치솟자 놀란 자매는 수돗물을 들이부었다. 불꽃은 오히려 커졌고, 집 안에 설치된 화재 감지기는 울리기 시작했다.
"애애~에에앵~ 애엥~애엥~! 화재 발생! 화재 발생! 애엥~애엥~~~ 애애~에에엥!! 화재 발생! 화재 발생!"
코로나로 재택근무 중이던 이웃 주민은 경보음 소리를 듣고 황급히 자매의 집으로 달려가서는 소화기로 불길을 진화했다. 7살 동생 팔목에 2도 화상을 입었지만 이웃주민의 도움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만약, 이웃 주민이 돕지 않았다면 '인천 라면 형제'와 같은 일이 반복되었을지도 모른다.
여러 기사를 읽을수록 먹먹하다. 전업주부인 난 다행히 두 아이를 가정에서 돌본다지만, 맞벌이 혹은 한부모 가정일 경우 문제는 심각하다.
코로나로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부모들은 더욱 악착같이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진퇴양난이라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
그중엔 '아이 돌봄'문제로 일을 그만두는 엄마들도 많다는 걸 안다. '아이 돌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그러니까 올해 첫째가 입학할 초등학교에서 교직원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학교는 바로 폐쇄됐고, 아이 돌봄 교실 역시 중단되고 말았다. 갑자기 일어난 일로 아이 돌봄을 이용하던 부모들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2018년 아동 종합실태조사에서 주중에 집에 혼자 있거나, 아동끼리 지내는 비율은 27.7%였다.
그에 비해 2020년 5월. 그러니까 코로나 확산 이후, 아동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은 38%였다. 무려 11%나 증가했다. 이것은 11%나 위험에 더 노출되었다는 소리일 테다. 코로나가 만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부모로선 착잡할 뿐이다.
정부는 긴급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가족 돌봄 휴가를 늘리는 등 여러 정책을 마련해 아동의 돌봄을 지원하고 있지만, 제한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어떻게 해도 '아이 돌봄'의 큰 구멍은 메꿔지지 않을 것이다.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가정보육에 지쳐가고(나 역시도), 일하는 부모들은 긴급 돌봄에 변수가 생길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아이에게 미안해 마음이 무겁다.
아마 코로나가 사그라질 때까진 수많은 부모들의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릴 것이다. 부모들은 그때까지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기만 하다.
- 제가 알아낸 '인천 라면 형제 사건', '대전 유성구 자매 사건'의 전말에 오류가 있을 시 알려주시면 정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