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호기심이 가득 차는 날이면, 어김없이 작가들의 생활을 염탐한다.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고, 어떤 글을 쓰며,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와 같은 내용을 눈동자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살피는 것이다. 상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글쓰기 팁들을 살포시 흘려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흐트러져 있던 자세를 고쳐 앉고 목을 앞으로 쭈욱 빼내 화면으로 다가간다. 찬찬히 살피다가 내게 적용해 봄직한 방법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아싸를 외친다. 요 근래 아싸를 외친 순간은 애정 하는 고수리 작가의 인스타그램에서와 유튜브 편집자K에 나온 정영수 소설가가 본인의 책상을 소개하는 영상에서였다.
그들이 흘린 노하우는 글을 쓸 때 집중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고수리 작가는 뽀모도로 타이머를 사용하고 있었고, 정영수 소설가는 구글 타이머를 사용하고 있었다. 집중하고자 하는 시간을 타이머로 돌리면 그만큼의 시간이 빨갛게 변하면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데, 점점 줄어드는 빨간 범위를 보며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내게도 필요하다 여겼기에 한시라도 빨리 적용하고 싶어 애가 닳았다. 검색창에 각각의 타이머를 검색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게 맞는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사고 보는 게 맞나'
일순 모든 동작이 멈췄고, 이내 구글 플레이에 접속했다. '요샌 웬만한 어플은 다 있잖아!' 역시나 있었다. 그것도 무료 어플로. 그 이름하여 '비주얼 타이머'라는 어플이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설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비주얼 타이머'는 두 번째 책의 원고를 마감하는 내내 사용됐고, 그 후로도 집중을 요할 때마다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지금 역시 그렇다)
이번 일로 또 하나의 글쓰기 수단을 갖추게 되었다. 내게 맞는 수단들이 쌓일수록 이런 생각이 든다. 글 쓰는 사람이 된다는 건 글을 쓰려는 의지를 끌어모아 백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채워나가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내게 도움이 되는 수단과 감각. 그리고 마음가짐을 찾아 떠도는 탐험가가 아닐까 하고. 더 잘 쓰고 싶어서 글쓰기 책을 읽고, 반짝반짝 빛나는 문장과 단어를 수집하며, 때때로 작가들을 염탐하고, 은유 작가님의 '글쓰기 상담소'를 빼먹지 않고 챙겨 듣는 나처럼, 도움이 될 법한 수단과 감각과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탐험가. 물론 이 탐험가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수단을 찾아 떠돌면서도,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죄를 짓는 듯한 부담감에 몸서리치기도 한다.
참으로 괴로운 시간이지만 애면글면 모은 수단들을 버팀목으로 삼아 한 글자 한 글자 채워나가다 보면 결국 완성하고야 마는 것이다. 나 역시 항상 겪는 일이다 보니, 오래오래 글을 쓴다는 것은 별다른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글쓰기에 관심을 놓지 않고, 잘 쓰든 못 쓰든 백지를 채우며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한 재료와 수단들을 수집해나가는 과정과 과정들. 물론 글 쓰는 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으려 매번 마음을 굳게 다잡으면서 말이다. 이것이 글 쓰는 자들의 영원한 칙령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