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이 답이었다(2)

이제는 마음을 비울 때

by 금머릿

아이들의 반응이 시큰둥해지면서 나의 흥미도 거의 사라졌다. 억지로 어딘가를 데리고 가보기도 했지만, 불평과 불만이 터져 나왔을 뿐. 더 이상 예전의 그런 신남은 느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임에도 남편의 여행 가자는 권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행 가기에 적합한 매력적인 장소를 발견했다며, 그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를 입에 거품을 물고 설명하기 시작한다. 어디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는 어떠한지 등을 신나게 브리핑하는 것이다.

직장 생활의 고단함을 털고 싶을 때마다 그가 외치는 건 늘 가족여행이다. 왜 모르겠는가. 아이들이 신나게 재잘대는 소리는 아빠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즐겁게 터뜨리는 웃음이 마음의 무게를 덜어준다는 것을.

그러나 무작정 아이들을 억지로 끌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행을 한번 갈라치면, 각자의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부터 삐끗거리고 불만이 쏟아진다. 아빠는 아이들을 설득하고, 아이들은 아빠를 귀찮아하는 이런 풍경이 요즘엔 늘 반복된다. 아이들 편에서 남편을 설득할라치면, 남편의 얼굴은 금세 시무룩해지고 만다.

“우리 둘이라도 갈까?”

최근 남편의 권유하는 양상이 좀 달라졌다. 이제는 우리 둘만이라도 갈 수 있는 곳을 검색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얼마 전에, 지인의 결혼식이 지방에서 있어서 둘만 1박 2일로 다녀오며 여행 분위기를 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둘만의 여행은 무려 20년 만이었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다녀온 가평으로의 여행이 우리 둘만 다녀온 마지막 여행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우리는 한 번도 둘만의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었다.

엄마가 없어도 얼마든지 저들끼리 있을 수 있다는 아이들의 말에 결정을 내린 거였다. 가기 싫은 곳을 억지로 다녀오느니, 이틀 정도 엄마가 없는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심보 같았다. 누군가는 엄마 아빠가 없는 그 시간을 아이들이 더 고대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지만, 그건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쁘지 않았다. 남편과의 시간을 통해, 연애 시절도 돌아보고, ‘앞으로도 늘 함께하며 아이들의 자람을 함께 누리자’는 달콤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젠 이럴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언제나 육아에 매여 내 시간을, 남편과의 시간을 오롯이 갖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었다. 이제 둘만의 시간, 그리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한편으로는 좋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독립시켜야 할 날이 다가오는 것만 같아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아린다.

언젠가 아이들이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되면, 다시금 ‘가족여행’이라는 말에 환호할 날이 올까? 아이들과 함께했던 여행지의 사진을 가끔 들여다보면 우리는 여전히 그때의 행복에 젖어 들곤 한다. 이미 너무 많은 행복을 안겨준 소중한 시간들. 이제는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울 때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다시, 부부 둘만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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