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_올 한 해 나를 대표하는 한 장면
잘 보이라고 크게 붙여놓은 포스터였다. 그래서였을까. 도서관 열람실 출입구에 붙은 그 포스터에 자꾸만 눈이 갔다. 독서감상문 공모전.
하지만 볼 때마다 ‘안 돼, 지금 아니야’하며 마음을 접었다. 느긋하게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쓸 만한 여유가 없었다. 연재 중인 웹소설을 올해 안에 완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였고, 그 와중에 브런치북으로 에세이 한 권을 묶겠다는 욕심까지 부려놓은 상태였으니까.
거기에 100일 안에 성경 1독이라는 목표까지 추가했을 때, 하루가 좀 빡빡해졌다. 계절마다 한 달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니, 가을 글쓰기가 시작되기 전에 충분한 비축분을 써 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전 요강에 눈이 간다는 것은 나 스스로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
한 번 접고, 두 번 접고, 요강을 거의 외울 만큼 보면서도 꼬깃꼬깃 수십 번 마음을 접었을 때. 낯선 도시의 한 서점에서 나는 결국 그 도서와 마주치고 말았다. 지인의 결혼식 때문에 내려간 지방의 예쁜 서점. 그곳에서 그 책은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떡 하니 놓여 있었다. 하아...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에라이, 그냥 후딱 해버리고 치워 버려야겠다.’
차라리 그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해, 안 해 하면서도 쏠리는 눈길을 억지로 막고, 향하는 마음을 달래느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버리는 게 속 편할 것 같았다.
그 길로 3일 만에 책을 완독하고, 독후감을 쓰고, 온라인 접수까지 마쳤다. 다음 날, 수정할 부분이 보여서 삭제하고 다시 등록했다. 이틀 뒤, 접수가 잘 되었나 확인하고 난 뒤에야 기억 속에서 털어낼 수 있었다.
속이 후련했다. 이렇게 끙끙댈 거, 그냥 빨리 해치웠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이 경험 하나가 자기효능감을 갖게 했다. 나 한다면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에 속으로 자꾸 내 머리를 쓰다듬게 되는 것이다.
나는 마음이 쏠리는 일에 정성을 다하고, 마음이 쏠리지 않는 일에는 지극히 게으르다. 억지로 나를 몰아붙이는 일에는 강한 반감을 갖는다. 하지만 쓰는 일만큼은 좀 다르다.
쓰면서 나 스스로를 파악하고, 쓰면서 자기효능감을 누리고, 쓰면서 행복감을 느끼며, 쓰면서 제대로 된 숨을 쉬는 나는 그야말로 써서 신나는 인간, ‘쓰니신나’다. 특히 올해는 정말 많은 양의 문장들을 만들어 냈다.
어디에서든 쓸 생각을 하고, 그 생각 주머니가 꽉 찼을 때 부지런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나. 올해의 나를 대표하는 장면으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이 장면일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타타타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