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닭이었던 너에게

주제_과거의 나에게 편지쓰기

by 금머릿

오늘 너의 과거를 돌아보려는데, 한숨이 먼저 나온다는 것을 너도 잘 알고 있겠지? 평소에는 멀쩡하게 정상인으로 잘살다가 어떤 순간이 오면, 너는 눈알이 뒤집히고 빡 돌아버리는 때가 있잖아.

너는 그 순간이 굉장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합리화하고 싶을 거야. 불과 2년 전만 해도, 너는 운전대를 잡은 상태에서 굉장히 위험한 행동을 했어.


그래, 알아. 그 스포츠카 운전자(커다란 털 복숭이 강아지를 태운)가 예의 바르고 안전하게 차선 변경을 하려던 너의 깜빡이를 뒤에서 봤으면서도, 무시하고 속도를 내며 들어오는 바람에 정말로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것을.


그 도로는 네가 아이를 태우고 늘 다니던 도로였고, 능숙하게 차선 변경을 하던 익숙한 구간이었어. 한 번도 그런 위험한 상황을 맞은 적이 없는 곳이었는데, 그날따라 그 인간이 거기에 있었던 거야. 알아, 화 많이 났다는 거.


하지만 클랙슨을 계속 누른 건, 좀 오버였어. 물론 알아. 단순히 빨리 가지 못해서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사고가 날 뻔한 상황에서 미안하다는 신호 하나 없이 유유히 가는 뒤꽁무니가 너무도 얄미웠다는 것을.

클랙슨을 눌러주면 가슴이 뜨끔할 테고, 다음부터는 그딴 짓을 하지 않게 될 거라는 생각은 불필요한 판타지였다는 것을 너도 이제 인정하지 않아?


“이제 그만하면 됐어, 엄마.”


옆에 앉아있던 큰아이가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너는 클랙슨을 10번은 더 눌러댔겠지. 열받은 그 차 주인이 너의 옆으로 다가와서 창문을 내리고, 차를 세우라고 손짓할 때는 솔직히 좀 무서웠지? 아닌 척하지 마. 그때 너의 심장이 엄청 빠르게 뛰는 소리를 다 들었어.


똑같이 창문을 내리고 어떤 응대(이를테면 심한 욕설?)를 하지 않은 건 참 잘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거기다 대고 또 빠앙- 하고 긴 클랙슨을 누를 건 뭐야. 네 옆에서 큰아이가 얼마나 불안했을지, 그런 배려심은 없는 거니?

길이 갈라지고 그 차와 헤어졌으니 망정이지. 하아... 너 진짜 그 성질 언제까지 갖고 갈래? 내가 너의 쓴 뿌리처럼 남아있는 그 성질머리 생각하면 밥이 안 넘어가, 알아?


이제 너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잖아. 그동안에 불의를 참을 수 없다는 명목하에 네가 부라렸던 눈이 몇 개였으며, 허공을 찌른 삿대질이 몇 번이었니? 따지고 드느라 건 전화가 몇 통이었으며, 고소 고발할 명분을 찾기 위해 알아본 공공기관이 몇 군데였니?


그래, 실은 많이 자중하고 있다는 거 알아. 세상이 그러려니.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양하겠거니. 복수는 내가 하는 게 아니라 하늘이 알아서 해 주시는 거겠거니...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지, 요즘은.


잘하고 있어. 욱할 때마다 아이들을 떠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 아이는 부모를 닮는다는 말의 무게를 기억하고, 분노를 터뜨리는 엄마가 아닌, 인내할 줄 아는 엄마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너를 많이 진정시키는 것 같아.


정말 참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오면, 지극히 이성적으로,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차분히 이야기해 보자. 그래, 넌 잘할 거야.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넘어진 할아버지를 부축해 드릴 만큼, 너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잖아.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고 있고, 앞으로 그런 사람으로 살게 될 거야. 누군가를 비난하는 일에는 더디고, 누군가를 돕는 일에는 재빠른 그런 멋진 사람 말이야.

아마도 세상은 앞으로도 험하고, 거칠고, 무례하고, 경박할 것 같아. 하지만 너는 그 흐름에 따라가지 않았으면 해. 부드럽고 다정하며 예의 있고 무게감 있게.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분명 있고, 누군가는 그편에 서서 같은 걸음을 걸어야 균형이 좀 맞춰질 테니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졌으리라 믿어. 점심 맛있게 먹고, 남은 하루도 힘내자. 사랑한다,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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