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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무사 노무진>을 보고

나의 어머니를 생각나게 한 드라마

by 금머릿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으레 만나서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다. 꼭 인사해야 할 대상이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들을 볼 때면 내 어머니가 떠올라서 최대한 친절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네게 된다.


어머니는 파킨슨 진단을 받고 일을 그만두시기 전까지, 약 50년간 노동자로 살아왔다. 그중 마지막 20년은 관공서와 버스, 아파트에서 청소 일을 했다. 늘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출퇴근하곤 했지만, 청소 일의 고단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는 언제나 가슴이 먹먹하곤 했다.


명절 때마다 경비원과 미화원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건네는 어머니는 ‘굳이 왜 그렇게까지 하냐?’는 나의 물음에 ‘고생하시는데, 감사하잖아.’라고 답변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수고한다고 인사만 해줘도 그게 그렇게 힘이 난다.”


어머니처럼 때마다 선물을 준비하는 열정이 없는 나는 그저 온 마음을 다해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더운 날에 너무 고생이 많으세요. 늘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으로.


최근 나의 관심을 끄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노무사 노무진>이다. 주말에 일정이 많아 본방을 챙겨볼 수 없지만, 다행히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되고 있어 평일에도 느긋하게 시청할 수가 있다.


<노무사 노무진>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노동자들의 권리를 이야기한다. 유령 보는 노무사가 불합리한 노동 환경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스토리다. 그 과정이 판타지와 코미디를 가미한 전개여서 매우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사회고발’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한껏 귀를 기울이는 중이고, 등장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 5화, 6화에 등장한 청소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의 어머니가 바로 청소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고된 작업 때문에 늘 피로함을 호소하셨는데, 특히 여름이면 비 오듯 흐르는 땀 때문에 무척 힘들다 하셨다. 쉴 곳이 마땅치 않은 곳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기란 거의 불가능했으니, 그 열악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어서일까. 그 이야기는 더욱 가슴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나 보다. 그들을 함부로 대하는 이들에게 분노가 느껴졌고, 그들을 따스하게 감싸며 돕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너는 뭔데?” 드라마 속 악역이 노동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등장 인물 희주(설인아 분)에게 질문을 던졌다. “민주시민이다, 어쩔래?”라고 힘 있게 말하던 희주의 말에 울컥하고 말았다.


희주는 청소 노동자의 딸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민주 사회의 시민 된 모습으로 노동자의 편에 서 있는 것이다. 청소부의 딸에게도 닿는 이 위로는 곳곳의 노동자들에게 닿지 않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일 테다.


드라마처럼 현실에서도 신비로운 어떤 존재가 상황을 조율하며, 해결사를 보내 통쾌하게 그들을 돕는다면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일까.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판타지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해결되고 해소되는 그 장면들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닐슨 코리아가 제공한 기록에 의하면, 4.1%로 시작한 <노무사 노무진>의 시청률은 5회에 5.1%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현재 6월 17일 기준으로 이 작품이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4위에 올라있다.


관련 오픈 채팅방도 굉장히 활발하게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내용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드라마가 누군가를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다 보니, 오가는 이야기들도 참 따스하다.


한꺼번에 공개되는 드라마가 아니어서 뒷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느긋하게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려 한다. 귀하고 소중한 이야기이니만큼 쉽게 소비해버리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사회와 이웃을 마구 돌아보고 싶게 만드는 웰메이드 드라마. 이야기를 만들어낸 제작진들만큼은 아니어도 우리가 비슷한 시선과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드라마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이 아닐까. 이 좋은 이야기들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


https://omn.kr/2e6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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