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하지만 단단한, 세 아이의 관계
얼마 전, 긴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내려가는 중에 숙소를 잡아 1박을 할 때였다.
올해 중학생이 된 딸아이는 원래도 겁이 많은 편이었는데, 낯선 곳에 가면 그 정도가 더해진다. 특히 화장실을 혼자 들어가야 할 때, 특유의 지나친 상상력 때문에 늘 두려움에 떨곤 한다. 귀신이 옆에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라나 뭐라나.
그 두려움은 나 역시 어릴 때 수없이 겪었던 감정이라 공감 못 할 건 아니었다. 그래서 대부분 한숨을 쉴지언정 따라가 준다. 그러나 그러지 못할 때도 있다. 피곤한 몸을 이제 겨우 누인 밤이라든지, 주방에서 비누를 잔뜩 묻히고 일을 하고 있을 때라든지, 때론 솔직히 귀찮은 마음이 들 때 가끔 오빠들에게 그 일을 부탁하기도 한다.
그럴 때 엉덩이 가볍게 일어나는 아이는 주로 큰아이였다. 워낙 어릴 때부터 엄마의 말에 순종적인 아이이기도 했고, 막냇동생을 예뻐하기도 했다. 게다가 칭찬받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던 터라 그런 기회를 동생보다 먼저 낚아채곤 했던 것이다.
형이 먼저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하고 나면, 작은아이는 늘 울상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었는데, 늘 형이 먼저 해버린다며 속상해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속상한 마음에 형에게 주먹 하나를 날리다가 엄마에게 꾸중을 듣는 것도 늘 작은 아이의 몫이었다.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동생 때문에 억울하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폭력은 쓰지 않지만, 반박할 수 없는 논리적인 말로 늘 동생을 비난한다. 그러면 말발에서 밀리는 동생은 또다시 퍽.
가끔 어린 시절 두 아이의 다투는 모습이 찍힌 영상을 볼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저 작은 아이들의 모습을 귀엽게만 보며 흐뭇하게 보았다. 그러나 요즘은 그 당시 아이들이 느꼈을 마음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두 아이 모두 엄마에게 칭찬받고 싶어 경쟁한다. 그러다 치열한 공방전으로 치닫게 되는데, 주로 재빠른 큰아이가 무언가를 시작하면, 작은아이가 뒤따라 한다. 큰아이는 자신의 하고자 하는 일을 동생이 방해해서 속상해하고, 나무라는 형에게 늘 주먹을 날리는 건 작은아이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야단맞는 건 자신이라는 것을 아는 작은아이가 먼저 울음을 터뜨리고, ‘엄마, 형이...’로 시작하는 변명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양상이 이어지던 그 시절, 나는 꽤 골머리를 앓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름 공정한 재판관이 되어 두 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느 누구의 편에 서지도 않고, 올바르게 잘잘못을 가려내 주고 싶었다. 잘한 것은 칭찬해 주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에 오로지 몰두했다. 완전한 엄마가 되기 위해 애쓰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형제의 첨예한 대립은 꽤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어느 쪽도 만족스러운 판결을 내린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완전한 판결을 내려주기보다, ‘너는 이래서 속상하구나.’ 하는 마음으로 그저 안아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