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시적 몽상의 절대이자 초월

촛불의 미학, 가스통 바슐라르 읽기(1), 2022. 4. 25.

by 김요섭

불꽃은 우리가 상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불타오르는 언어의 이미지들은 심적 현상에 불을 지피고, 하나의 시학 철학이 분명히 규명해야 할 흥분의 색조를 제공한다. 아무리 차가운 은유라 할지라도 몽상의 대상으로 포착된 불꽃을 통해서 진정으로 이미지가 된다.


흔히 '은유'는 보다 잘 말하거나 달리 말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온 사유의 전치에 불과한데, 진정한 '이미지'는 그것이 상상력 내의 근본적 생명력일 때, 상상된 세계로 향하기 위해 현실 세계를 떠난다. 상상된 이미지를 통해서 우리는 시적 몽상이라는 몽상의 그 절대를 경험한다.


<촛불의 미학 9~11p>




1.

비스듬히 턱을 괴고, 촛불을 바라보는 철학자의 이미지는 초월적 몽상이다. 그의 반쯤 감긴 눈은 연약한 불꽃의 형태를 주시한다. 바람에 흔들리면서 타오르는, 불꽃의 수직적 형식은 끝없는 다가감이자, 영원히 멀어지는 을 향한 기울기이다.



2.

상상된 이미지는 전체성으로 들어온 초월이다. 절대적 높음으로의 타자성은 몽상의 형식을 통해 주체에게 도래한다. 타오르는 이미지는 초월의 가능성을 여는 동시에 서늘하게 물러난다. 이는 동시에 자기 동일성으로부터 떠남이며, 무한을 향한 끝 간 데 없는 상승이다.



3.

타자성으로 초월이 유한자에게 도래하기 위한 장소 없는 장소는 불꽃이다. 작은 촛불은 끝없는 도약이며 시적 떠남이다. 그것은 완전한 소멸마저 불사하는 에로스이자 그를 시인으로 변신시키는 유일무이한 가능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밖에 모르는 불꽃은, 무한을 향한 간절한 기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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