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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귀 기울이고, 대답하는

「최후의 인간」모리스 블랑쇼 읽기(2)

by 김요섭



나는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상하게도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신원을 파악하려는 피상적인 시선은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위협에 노출시키는 것 같다. 깊은 시선, 즉 그가 존재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찾아낼 수 있는 시선은 그의 존재를 흐리게 하지 않는다. 아니, 덜 흐린다. 그가 있는 거기서, 그는 매우 가볍고 매우 무신경했으며 여러 곳에 분산된 상태로 존재했다. 거기서는 과연 누가 그에게 다다를 수 있는 사람인지, 도달한 자가 누군지도 알 수 없었다.


마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존재하는 그를 알아본 순간들이 있었다. 내가 읽는 책의 말, 내가 쓰는 말은 그의 말을 대신하기 위해 갈라졌다. 그 순간에 그가 살해당한 게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의 발자국 소리는 결코 착각하게 만드는 법이 없었는데, 오히려 느릿하며, 소리 없고 규칙적이며, 그의 어마어마한 가벼움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찼다. 그 발자국 소리는 전혀 무게가 실리지 않아 그가 긴 복도를 따라 나갈 때조차 그가 계단을 오르고, 매우 낮고 먼 곳으로부터 오며, 아주 먼 곳에 있다고 상상에 맡겨야 할 정도였다.


그는 대부분 더듬거리며 말한다. 한 개의 말이 다른 한 개의 말 뒤에서 예상치 못한 기민성으로 누설된다. 그는 조금씩 머뭇거린다. 그는 거의 끊임없이 머뭇거린다. 오직 그의 머뭇거림만이 나 자신에 대해 조금은 명확한 사람이 되게 하고 그에게 귀 기울이고 그에게 대답하도록 한다.

(13~14p)




1.

'그의 머뭇거림'은 무게가 실리지 않은 발걸음이다. 예상치 못한 기민성이자 더듬거림, 전언철회의 형식은 '우리'의 고유성을 해치지 않는다. 그러나, 확고한 장소에서 시작되는 바라봄은 '할 수 있음'으로 인해 흐려질 뿐이다. 명증성을 요구하는 인식은 거기 있음의 명확성으로 인해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시선은 죽이고 노래는 살린다"_모리스 블랑쇼



2.

'깊은 시선'은 소리 없는 발걸음이다. '여러 곳에 분산된 상태'는 애매성이 아니며, 상대주의적 얕음도 아니다. 복수적 단수성은 나를 깊이 이해하는 유일무이한 존재 형식이다. 아주 멀리서 오는 손님의 무게가 없는, 힘차며 가벼운 파동.


파악함 없이 다가오는 발걸음만이 도달하지 않은 채로 도달한다. '지각할 수 없는 별들의 노래', 결코 드러내지 않으며, 상상 속으로 물러나는. '막연한 소음과 우주의 웅얼거림', 끊임없이 머뭇거리는 기다림. 그의 텅 빈 하늘 가운데, 나의 단독성은 보존된다. 춤추는 별, 흔들리는 해바라기 사이 어딘가. 그곳에서 나는 보지 않고 말하며, 말하지 않고 듣는다. 그분에게 귀 기울이고 그분에게 대답하는, 끝없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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