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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단순함

「최후의 인간」모리스 블랑쇼 읽기(1)

by 김요섭



확실히 그는 말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의 침묵은 종종 주목받지 못했다. 나는 그것을 일종의 신중함, 가끔은 약간의 경멸, 때로는 우리의 바깥에 존재하는 자기 자신 안으로 향하는 너무 큰 후퇴라 생각했다. 요즘 들어서 그는 항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거나,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뿐 아니라 나는 좀 더 의외의 것을 상기해 냈는데, 그것은 그가 특별할 것 없는 단순함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그때, 그는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말했다. 무한대로 뻗어 가는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문장을. 그 문장들은 막연한 소음과 우주의 웅얼거림, 지각할 수 없는 별들의 노래와 함께 흘러갔다. 그 말은 한없이 길어졌고, 놀랍게도 부드러움과 거리 두기로 조절되었다.


마치 그를 대면하면서는 나였던 것이 놀랍게도 현존재이자, 공동의 정신이 결합된 힘인 "우리"의 형태로 일깨워지는 것처럼. 나는 '나 자신'보다 좀 더 많으면서 좀 더 모자란 존재였다. 어쨌든, 모든 사람보다는 좀 더 많은. 이러한 "우리"가운데에는 대지와 원소들의 힘과 하늘이 아닌 어떤 하늘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고요하고 고양된 감정이 있으며, 또한 강요된 어두움에서 오는 쓰라림 역시 존재한다. 그 사람 앞에서 모든 것은 '나'가 되고, 그는 거의 무에 가깝게 존재하는 것 같다.

(10~13p)




1.

'어떤 하늘'은 고유성 너머의 무(無)이다. 그것은 '공동의 정신이 결합된 힘'이며, '쓰라린 어두움'이다. 각자의 단독성은 오직 그의 비어있음으로 하나가 된다. 초재적이며, 그 어디에도 없는 헤테로토피아. 무한대에 이르며 동시에 거리두기로 조절되는 침묵. 영원히 멀어지면서도, 순간적 웜홀로 나에게 도착하는 사랑의 속삭임.



2.

'특별할 것 없는 단순함'은 미래를 향한 반복이다. 삶의 모든 방향에서 느닷없이 밀려드는 존재의 허기에 맞서는 단순성. 오직 그 특별할 것 없음이 성급한 이웃사랑을 넘어선다. 비본래적 실존으로 머무는 모든 얕음으로부터 '바깥의 자기 자신으로 향하는' 큰 후퇴. 주목받지 못하고,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단순함.


그러나 이는 일반성으로 향하는 '특별함 없음'이 아니다. 오히려 무엇과도 차이나는 다원성이며, 미래를 향한 모호한 형식이다. 오직 그곳, '어떤 하늘' 아래서 우리는, 자신보다 좀 더 많으며, 좀 더 모자랄 수 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특별함은 서로를 향한 끝없는 기울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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