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불가능의 머무름

「최후의 인간」모리스 블랑쇼 읽기(16)

by 김요섭



맹목에 가까운 확신과 그가 이미 무한의 과거 속으로 던져 버린 견고한 경계를 지닌 몸들은 그를 군중으로부터 뚝 떼어 놓았다.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의 곁에 있으면 매우 강해지는 걸 느껴요. 그건 아주 끔찍하죠. 제가 가진 이 힘 말이에요. 그건 아주 괴물 같죠. 그는 고통 속에 있을 수밖에 없는데, 저는 매우 건강해짐을 느껴요. 역겹죠. 그렇지 않나요?"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거의 바닥을 보이는 그의 생명력과는 반대로 마치 우리는 불어난 삶을 부여받고, 우리 자신 스스로를 확장하고, 그러니까, 좀 더 강해지고, 좀 더 위험해지고 좀 더 차가워진 존재로 커져서 극한의 힘을 가진 꿈에 닿은 느낌이었다. 나는 또한, 엄청난 무력감이 인접함에 따라 우리 안에 존재하는 증폭된 힘으로 인한 위험도 겪었다. 실제로는 우리에게 그러한 힘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힘은 우리 너머에서 마치 악몽처럼, 지배 의지처럼, 꿈속으로 찾아오는 최고권처럼 남아있었고 그리하여 우리를 생의 절정에, 장래에 모두 위독해질 때와 같은 그 순간에 다다르게 했다.


어찌 됐건 나는 그 둘 모두를 내버려 두었다. 그녀가 내밀한 곳으로 빠져드는 동안, 나는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고립 속에 이루어진 단 둘의 마주함이 그녀를 어떤 시련에 내몰았을지 일부러 망각한 채, 유희 뒤에 숨어 버렸다. 나의 존재를 스스로 숨겨 버렸다. 그녀는 이유 없이 나에게 갑작스럽게 이런 말을 했다. "저는 당신을 향한 지독한 분노의 움직임 속에서 죽게 될 것만 같아요." 아마도 그녀는 나에게 그녀에게 나 있는 상처를 보이려 작정했을 것이다.

(38~39p)




1.

그녀의 상처는 깊은 자상의 흔적이다. 바깥으로 열린 무의식, 침습하는 비의식의 기이한 변형의 순간. 오디세우스적인 유희는 죽어가는 또 다른 나를 향유한다. 펄떡이는 심장, 피가 분출된 새하얀 피부. 그녀의 '내밀한 곳'은 절대적 타자 앞에 산채로 꺼내진다. 검은 휘장 뒤로 몸을 숨긴 채, 비밀스러운 의식을 몰래 지켜보는 눈. 부동의 동자로 착각하는 영웅은 끔찍한 아름다움을 대리 보충한다. 또다시 버려진 '지독한 분노'는 쉽게 망각되지 않는다.



2.

그녀의 강함은 그의 수난이자 약함이다. '맹목에 가까운 확신'은 '좀 더 위험'한 곳으로 그녀를 이끈다. 극단에 이르는 '꿈에 닿은 느낌'. 그녀는 본래적 실존으로 자신을 찾은 초재적 감각 속에 있다. 황홀한 절정은 '생의 절정'이자 '위독한 순간'. 지독한 모순은 오직 불가능의 머무름. 그것은 '마치 악몽처럼, 지배 의지처럼' 그녀에게 도착했다. 최고권은 비의식으로 찾아온, 절대이자 초월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쇠약함의 은밀함, 미학의 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