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사바나 같은 곳에서 말뚝에 묶여 있는 꿈을 꾸었어요. 제가 앉은 밑에 잔디가 얕게 깔렸고, 제 쪽으로 기울어진 구덩이가 있었는데, 저는 작은 틈을 통해 아마도 넓은 곳을 보았던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그건 덫이잖아요. 짐승을 잡기 위한 구덩이."ㅡ"그 구덩이를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보니 거기에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꼼짝 않은 채로. 아니, 그건 일종의 특이한 부동성 혹은 침묵 같은 것이었는데 바로 당신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었어요."
내가 물었다. "당신이 그 덫에 걸렸다고요? 당신은 거기서 뭘 하고 있었나요?"ㅡ"저는 만족스러우면서도 불안했어요.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불렀는데, 왜냐하면 소음을 내면 분명 위험해질 것이기 때문이었죠.
거기서 멀지 않은 곳, 바로 제 뒤에서, 무언가의 움직임을 감지했는데 제가 묶여 있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뒤돌아볼 수 없는 무력감은 불안한 만큼 화를 돋웠어요. 어쨌든 미칠 듯한 불안감이 엄습했어요." 분노와 두려움. 하지만 내게 꿈 이야기를 할 때 그녀는 오히려 꿈을 꾸었다는 사실에 즐거워 보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거의 꿈을 꾸어 본 적이 없었고 단지 장면도 이야기도 없어 텅 비어 있는 몇몇의 이미지가 전부였다. "어쩌면 전 지금 꿈꾸는 법을 배웠는지도 몰라요." 그렇게 해서 그녀는 비로소 무르익은 위험의 단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39~40p)
1.
'뒤돌아 볼 수도 없는 무력감'은 죽어감의 현상이다. 덫에 걸린 신체는 손발이 묶인 채, 창살 뒤로 내팽개쳐진다. 존재자라는 감옥에 갇힌 존재. '미칠듯한 불안감'은 끔찍한 고통을 마주한다. 가장 가까이서 일어나는, 가장 먼 감각. '기울어진 구덩이'의 빈 틈으로 스며드는, 절대적 타자와의관계. 존재자가 존재와 분리되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