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간」모리스 블랑쇼 읽기(18)
나는 부인할 수 없다. 그녀가 그에게 보내는 관심이 나를 동요하게 하고 나를 흩뜨려 놓고, 들뜨게 하고, 결국에는 나를 상처 입힌다는 것을. 그녀는 내가 자신을 그에게 떠민다는 말을 했는데, 그게 사실일 수도 있지만 더 이상 사실이 될 수 없었다. 그라는 존재 자체가 나를 통하여 그녀의 관심을 끌고, 노골적으로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 신호는 나의 동의를 얻은 게 아니다.
그러니까 그녀를 그에게 연결하는 감정은 동정심도 그를 돕고 싶은 욕망도, 그가 도움을 요청할 만한 거리에서 그에게 유용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도 아니었다. 단순히 말하자면 그는 그 무엇도 요구하거나 주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 그녀는 그를 바라보는 것을 멈추지 않을까? 왜 그토록 그를 돌보고 있는 것일까? "저는 그를 거의 보지 않는데요." 어쨌든 그녀는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하는 어떤 관계를 그와 맺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위해서만 아래층으로 내려오고, 또한 그녀에게만 말을 건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제발, 당신은 언제나 빛나고 언제나 그 자체로 빛을 발산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당신 스스로를 속이려는 건 아니겠죠" 그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나 역시 일어선 채로 그녀를 마주했다. 고요한 분노를 닮은 어떤 냉기가 그녀 속에서 타고 올라왔다. 그 분노는 언젠가 내가 그녀를 무관심하게 바라보았을 때, 내가 이미 간파했던 움직임들의 분노였다. 그녀는 이내 그걸 알아챘었다. 그녀를 보려는 나의 욕망이 만들어 낸 대가는 최소한 그녀를 닫힌 존재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은밀한 떨림으로 그녀가 빠르게 전달하는 이 말에서 떠올랐던 건 냉담한 사고였다. "저는 그분과 아무런 관계도 맺고 있지 않아요. 그는 단지 도처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40~42p)
1.
'아무런 관계도 맺고 있지 않음'은 우리를 향한 몰락이다. 중심이 텅 빈 그들의 관계, 그녀의 낯선 지향은 나를 '흩뜨려 놓는다.' 더 이상 정주할 수 없게 만드는 존재로부터 '떠밀림'. 오직 그녀를 향해, 침몰하는 욕망은 '나의 동의 없는 신호'이다. 모두를 향한 차가운 열정, 내가 아닌 다른 나의, 서늘한 용기.
2.
멈출 수 없는 기이한 동요는 '은밀한 떨림'이다. 결코 자기로 회귀하지 않는 어둠은, 깊은 심연을 통과한 빛이자 '고요한 분노'. 닫힌 존재의 '냉기'는 모나드적 익숙함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향하는 낯선 촛불의 열기. 그것은 '언제나 빛을 발산하는' 가능성이자, '냉담한' 목소리로 '나를 상처 입히는' 어루만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