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의 신중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대면하는 거북스러움은 나에게 어느 순간 중압감이 되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가 자신의 현재 속에서 모든 미래를 결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커다란 미래는 그가 우리에게 나타날 것이라고 상상했던 미래였다. 그는 매우 이상한 방식으로, 그러니까 너무도 완벽하면서 동시에 불완전하게 존재한다. 그가 거기에 존재할 때, 나는 그의 접근을 더 무겁고 잔인하며 불균형하게 만드는, 어찌 보면 무의미하고 어찌 보면 지배적인 사라짐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그의 존재밖에 없어서 그것이 그가 현존하도록 두지 않는 것이다.
거대한 현존재, 그 자신조차 그의 현존을 채울 능력이 없어 보였다. 마치 그는 현존 속으로 사라진 것 같았고 현존재는 천천히, 영원히 그를 소멸시켜 버린 것 같았다.ㅡ어쩌면 인격 없이 존재하는 현존이랄까? 그러나 그가 거기에 나타나자, 모든 것이 내게 그를 의심하지 않도록 하는 과제를 주었다. 사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더 고독한 사람이었다. 나의 시선과 생각들이 쏠린 보이지 않는 선 저편으로 그가 등 돌려 웅크려 버려서, 그 선을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의 존재에 관한 관념이 아니라 그의 존재여야 한다. 그의 현존은 그 자신에 대한 모든 관념을 파괴해 버리는 것 같아서 나 역시 그의 현존에 대한 거짓된 관념을 가질 수 없었다. 그게 바로 그녀가 확신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녀의 확신은 일종의 주름 하나 없이 매끄러운 것이었는데, 내가 부딪쳐 보기를 원했을 만큼 울퉁불퉁하고 거칠거칠함이 없는 표면이었다.
아마도 나는 그를 보고 있다는 자각도 없이 그를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확실성이란 확실성에 대한 감정과 환상을 거의 다 박탈당한 것이었다.
(47~48p)
1.
가장 멀리서 온 신체는 기관이 없다. '불균형하며, 잔인한' 공허는 느닷없이 도착한다. 거짓된 관념은 뒤틀린 채 피를 쏟아낸다. 지배 없는 전체성의 전적인 장악. 너무 완벽한 미래는 끔찍한 불확실성으로 철회될 뿐이다.
넘어설 수 없음은 완성의 순간 '웅크린' 고독 속으로 멀어져 간다. '주름 하나 없이 매끄러운' 몸은 기이한 결핍이며, 망각된 기억. '박탈당한' 현존은 비로소 존재를 발견한다. 본래적 몸에 다가서는 자각 없는 인식.
2.
환원됨 없는 인식에 비로소 도착한 비자각의 몽상. '박탈당한' 확실성은 진여(眞如)의 환상을 되찾는다. '인격 없이 존재하는' 것에서 느껴지는, '울통불통한' 피부는 가장 확실한 관념이다.
무명자의 텅 빈 신체는 기관 없는 몸. '거대한 현존재'와 비존재는 모호한 경계를 유동하며 넘나 든다. 텅 빈 감정과 무지한 환상에 도착하는 절대적 감각. 그의 현존은 그녀의 확실성을 되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