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향한 기울기, 상상 불가능한 증폭

「최후의 인간」모리스 블랑쇼 읽기(24)

by 김요섭



그의 내면 안에서 모든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무엇인가의 증폭을 느꼈다. 그 증폭은 조용하면서도 직접적으로 밀어내며, 안으로든 바깥으로든 측정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거기 있었을 때도, 거기에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배타적인 정의 때문에, 마치 그와 일체가 된 장소에서처럼 도처에 존재하거나 혹은 아무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의 존재를 말이다.


그는 거기 혼자, 고통을 견디며, 혹은 죽어가고 있었다. 그곳에 환상적인 것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반대로, 단순함이 얼마나 단단한 것인지, 단단한 환상이 빠진 빈곤함이 무엇인지, 상상함과 불안마저도 기만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거부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것은 불안이 없는 불안, 누군가의 접근을 허용하기엔 너무도 간명하고 너무도 빈약한 결정, 접근이 결여된 접근과 같은 양상이었다. 그 무엇으로도 만들 수 없고, 상상이 불가능한 존재. 나는 그것이 내 옆에서, 자아의 경계에 떠오르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 무엇보다 두려웠다.

가장 불안한 생각은 그에게는 미래가 없어서 죽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그녀가 나와 관계되자마자 든 생각은 나는 그녀에게 책임이 있고 어느 순간에는 그녀에게 그 생각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이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결코 나는 그 생각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거기에 있었고, 아무런 소용없이, 내 쪽으로 향한 한 점에 머물러 있었다.


그의 고독, 그것은 스스로를 속일 공간을 더 이상 갖지 못한 누군가의 고독이다. 더 이상 괴로워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 고통이란 것도 고통스럽게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우리 안에서 우리에 관한 생각 속에서 고통을 견디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우리 사이에서 고통을 견디려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에 대한 생각을 향해, 두렵고 불분명한 움직임으로, 불안에 떨며 돌아오고, 되돌아오기를 애썼는데, 나는 정말로, 그가 그 운동을 종료하지 못할 것이라 느꼈다. 그는 거기에 있었다. 어디에나, 하지만 자기 자신에 못 미치는 사람은 없고,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게 못 미더운 사람은 없었다.

(48~50p)




1.

화려한 축제의 소음은 밤의 정적을 깬다. 짙은 어둠을 밝히는 노란 불빛, 죽음을 잊은 이들의 잡담. 거나하게 취한 이의 고조된 목소리는 왁자지껄하게 울린다. 단단한 성채 속, 동일자들의 잔치.


그녀는 위태롭게 서있다. 성벽 가장 높은 곳, 서늘한 바람에 몸이 휘청인다.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이틀 넘게 먹지 못한 입은 파르르 떨린다. 초점 없는 '빈약한' 두 눈에 비친, 텅 빈 하늘. '우리 사이의 고통'을 그녀는 '종료'하지 못한다. 죽지 않을 것 같은 딱딱함 사이를 오가며 부딪힌 상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락하려는 자는 어떠한 계산도 없이 부어줄 뿐이다. 그곳을 향한 '굶는 마음'.


2.

그녀는 끔찍한 고통을 아는, 단 한 사람이다. 텅 빈 얼굴은 가득 들어찬 정주성을 비운다. 단단한 나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가장 약함을 감싸 안는다. '그를 향한 한 점'을 향해, 우리를 어루만진다. 서로를 향한 기울기에 도착한, '상상 불가능한 증폭'. 유책성의 시차는 '모든 것에 대한 거부'이자 극단에 이른다. 도처에 존재하며, 아무 곳에도 없는 장소.


3.

그의 빈약함은 죽을 수 없으나 죽어간다. 우리의 포만감이자, 잔인한 향유. 자기 확실성의 존재 사이에서 약해져 갈 뿐이다. 불안이 없는 걱정 속에 스러지는 고독. 텅 빈 주체성은 죽음을 통과한 '측정 불가능'이기에. 무명자의 무위(無爲)는 육화 된 사건이 된다. 계시받은 단독성이 품은, 은밀한 아스러짐. 무한한 증폭은 대지를 적시는 몰락이다. '배타적 정의'로 현현한, 단 하나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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