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약함에 도착한 빛

「최후의 인간」모리스 블랑쇼 읽기(25)

by 김요섭



그런데 그는 절대적인 결핍의 상태로 존재하는 누군가였다. 자기 자신도 타자에 대한 보증도, 심지어는 고통의 충만함조차 없었다. 그 고통의 충만함은 우리는 알 수 없는 존재의 은총인, 가장 거대한 고통이 가득 찼을 때, 그것을 견디고 있는 몇몇 얼굴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인데 말이다. 왜 그는 그 지점에 있는 것일까? 우리의 존재도, 우리의 세계도 어쩌면 그 어떤 세계도 없는 상태로 그는 어떻게 우리 옆에 놓인 이 단순 명료한 존재로 현존하는 것인가?


사실, 그가 지닌 명료함은 모든 방향에서 두려움을 자아내는 무엇인가를 증폭시켰다. 특히, 그의 뒤에서는 연약함을 줄이지 않는 증폭을 통해 두려움이 커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무한한 연약함에서 시작한 증폭이었다. 나는 왜 그런 만남을 피해 가지 못하는 것인가.


그 방에서 그를 떠올려 보려고 하자마자 찾아온 것은 낯선 고통이었다. 나는 그 방에서 그에 대한 생각이 나에게서 사라질 때는 내가 죽을 때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통, 이 고통은 오로지 내 생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인데, 언제나 같은 무게, 언제나 넘을 수 없는 한계를 지녀서, 그게 어떤 고통인지 모르는 압박을 가해 억지로 생각하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그는 기다리는가? 그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과 죽은 자는 무한의 미래와 접속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부드럽고 온화한 무게. 그 자신을 짓누르는 인내심, 그 자신을 관통하여, 나 역시 관계 맺는 침묵하는 부동성. 갑자기 그가 되돌아온 느낌, 즉, 그의 부동성이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는데, 그 영상이 너무나도 압도적이고 너무나도 지속적이어서 진리의 운동에 화답하는 것이라 확신했다.

(50~51p)




1.

'절대적 결핍'의 상태는 우리를 향한 몰락이다. 가장 약함은, 끝 간 데 없는 유책성의 시차. 그곳에 못 박힌 채 피 흘리는, 오직 당신을 향한 고통.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침묵하는 부동성'이다. 비로소 시작되는 '진리의 운동'. 미래, 과거, 현재는 꿈처럼 유동하며, 뒤섞인다. 끔찍한 고통의 신음에서 시작된 기쁨은 본래적 자유에 이른다. 무의식, 바깥, 주체의 경계는 스러진다. 무한한 환희, 완벽한 합일. '너무나 압도적인' 것은 부드럽고 온화하며, 모든 방향에 닿는다.


2.

충만한 은총은 극단적 고통이다. 몰락을 향한 존재는 상처 입고, 피를 쏟으며 우리를 향해 다가선다.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은 나를 올려다본다. 붉게 물든 옷. 찢기고, 뜯겨나간 살점은 그의 연약함이며, 우리를 향한 곡진한 사랑이다.


사랑을 호소하는 얼굴에 도착한 기이한 빛. 가장 낮음에 도래한 절대적 신비이다. 내가 도저히 회피할 수 없는 만남은 거대한 죽음의 축제이며, 새로운 탄생. 해체적 단비는 피로 적시는 대지의 봄이다. 해갈되지 않은 채 모두를 적시는 낯선 '증폭'. 진리의 광휘로 빛나는 얼굴은, 얼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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