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간」 모리스 블랑쇼 읽기(37)
1.
의식보다 앞선 감각은 먼저 물러난 타자. '경계의 가장자리'에 끼어 있는 정반대의 감정'이다. 오직 '깊게 잠이 든 상태'에서 도착하는, 장소 없는 장소. '내가 맞닥뜨린 고요함'은 비현실을 통과한 '열과 불안'의 흔적이다. 도저히 '거기에 속할 수 없는' 창백한 기억. '무릎을 껴안고 앉은' 일그러진 얼굴의 '아니마'. 잊힌 영혼은 낯선 망각이며, 새롭게 깨어난 무의식이다.
2.
거리를 두고 머무는 '기다림'은 오직 그를 향한 몽상. '게으른 안정감'은 '끔찍한 욕망'이 된다. '날카로운 점'에 도착한 느닷없는 침묵. 그녀를 사랑했던 텅 빈 결핍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남았다. 다시 읽을 수 없는 언어. 앙 다문 입처럼 닫힌 책은 '그렇게 사라진', 이해할 수 없는 '어두움'이다. 오직 '그를 아는 지식'으로 기록될 뿐인 '덧없는' 사유. 소스라칠 정도로 고통스러운 강요는 '모든 한계에 관한 감정'.
며칠이 지나자 이번에는, 그가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해서 매 순간 보살핌을 받을 것이란 의심이 들어 그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끔찍한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는 그렇게 사라질 수 없다. 이런 기회를 영영 놓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아마도 이 순간. 바로 정확히 이 순간에. 내가 모든 한계에 관한 감정을 잃어버렸다면 그가 결핍된 사유를 하게 될 때다. 나는 그를 진정으로 궁금해하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것은 그를 아는 지식이 아니었다. 그것보단 훨씬 덧없는 이유였다. 나는 단지 그에게 다가가고 싶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과연 그를 내버려 둘 수 있었을까? 그가 내 쪽으로 돌아선 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이 움직임의 단순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서 어두워지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너무나도 고요한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정신과 삶에서 그에 대한 기억이 거의 지워지고, 기다림조차 쉽게 느껴지는 게으른 안정감을 보고는, 문득 내가 그녀를 얼마나 믿고 있는지를 자각했다. 나는 도망쳤다. 거리를 두고서라도 머물기 위해서는 그녀의 성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의심할 여지없이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최고였고, 아무도 그에게 하지 못할 일을 해주었다. 또한 그가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즐거워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오로지 그녀와 함께 있었을 때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와의 관계로부터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그녀는 왜 이렇게 조용한 것일까? 열과 불안 속에서 찾아가는 공간처럼, 내가 맞닥뜨린 이 고요함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왜 나는 거기에 속하지 못하는가? 왜 나는 그녀가 그렇지 않은 만큼이나 그에게 더 몰두해 있는가? 왜 그녀는 그를 잊어버린 것처럼 보였을까? 왜 그녀에게 잊힌 것이 나에게는 마치 기억하기를 강요하는 듯한 날카로운 점이 되어 나를 짓누르는 것일까?
어느 날 밤, 내가 오래, 깊게 잠이 든 상태에서 나는 그가 최악의 상태에 있다고 느꼈다. 너무나 선명해서 나는 잠 속에서 깨어난 상태로 있었다. 무의식에서 그녀에게 그 사실을 알렸던 것 같다. 그녀가 대답을 하지 않자 나는 램프를 켰다. 그녀가 불빛에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껴안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늘 그런 자세로 앉아 있기를 좋아했다. 그녀는 격앙된 감정과는 정반대의 감정으로 이 경계의 가장자리에 끼어 있었다. 가장 이상하게 여겨진 것은 그녀가 몇 시간 전부터 깨어 있었던 사람처럼 보였다는 사실이다.
(68~7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