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간」 모리스 블랑쇼 읽기(36)
1.
짙은 어둠 속, 희미한 안광(眼光)은 서서히 다가온다. 설마 그가 잊은 것은 아니겠지? 초조한 떨림과 두려움 사이, 무엇인가 침입한다. 나를 덮치는 섬뜩함은 '기이한 동요'. 밤을 닮은 서늘한 빛은 뚫어지게 바라본다. 어디에도 '시선을 둘 권리'가 없는 낯선 동굴. 검은 휘장은 죽음을 닮았다. '거대한 구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존재의 불안. 고통을 호소하는 비명은 즐거운 결핍이다.
2.
신성의 빛을 품은 매끄러운 피부. 유일무이한 '광택'은 아름다움의 덮개다. '항상 유지'할 수 없는 약함인 '그녀의 고급스러운 옷감'. 오직 '일시적 관계'에서만 기쁘게 빛나는 밤의 드레스. 그의 '희미한 의식'은 기이한 빛을 비춘다. 멀리 고립된 '낯선 동굴'. 깊은 어둠을 통과한 '고독'으로 자욱한, 어떤 '즐거움'.
3.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방문을 연다. 갑작스러운 암전(暗轉), 모든 시야는 차단된다. 끔찍한 불안은 우리를 꼼짝 못 하게 휘어잡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켜야 하는 신성한 의무. '경계를 늦추지 않는 근심'은 잠들지 않는 근위병이다. '우리를 갈라놓는 공간'을 넘어, 오직 함께여야 하는.
그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커져만 가는 불확실성으로 점점 거기에 덜 존재했다. 그는 자주 여러 날을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지냈었다. 그리고 어쩌면 한 번은 평상 시보다도 더 오래 있었다. 나는 그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의 부재가 꽤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불안을 표현하지 않았고, 거의 완벽하게 평온한 상태에 있었다. 마음에 동요가 일어났던 것은 내 쪽이었다. 그녀가 그를 잊는 것이 가능한 것이기나 한 건지 자문하고 있었다. 물론 틀림없이 그녀는 그를 잊지 않았고, 복도를 지나가면서 문을 한번 바라보더니 나의 질문에 대답했다. 하지만 그 대답 속에서의 그는 일시적인 관계일 뿐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걱정되지 않나요?" ㅡ "아뇨, 왜죠?" 나는 감히 그 사실을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없었다. 나는 그녀가 분명 요양원의 직원들에게 그에 관한 소식을 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녀가 그의 방에 갔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와 같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이 늘상 있는 일이지만, 그는 너무 멀리 고립되어 있어서 예외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의 방은 우리가 시선을 둘 권리가 없는 낯선 동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초대받지 않아도 방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꽤나 가깝지 않은가?
나는 그를 떠올렸다가 그가 혼자 있을 때 얼마나 더 약해졌는지 상상하기를 중단했다. 나는 언제나 이러한 고독 속에서 우리가 그를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느꼈었다. 한순간도. 특히 밤에는 더욱. 그는 잠들지 못하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잠을 거의 자지 않는 나는 그가 지내는 밤들로부터 희미한 의식, 경계를 늦추지 않는 근심을 갖게 되었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갈라놓는 공간을 넘어 그와 함께 밤을 지새우고, 그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느꼈다.
어느 날 나는 그녀에게 그가 보내는 밤의 고독을 암시했다. 그녀는 나에게 놀라움을 표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혼자 있을 때가 매우 즐거울지도 몰라요." 그녀는 고집스럽게도 '즐겁다'라는 단어를 썼다. 그는 그녀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즐거운 사람이었고, 그 즐거움이란 그녀가 항상 유지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나는 그제야 그녀가 때때로 즐거워 보이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은 진짜 즐거움이 아니었고, 그녀는 빛의 반사광을 지니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걸친 고급스러운 옷감의 광택에 누군가는 접근하려는 마음을 먹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옷을 벗기려고.
(67~6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