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름다움과 추함, 질서와 혼돈을 자연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오직 우리의 상상력에 의해서만 사물이 아름답거나 추하거나, 질서 정연하거나 무질서하다고 일컬을 수 있다."_스피노자
I would warn you that I do not attribute to nature either beauty or deformity, order or confusion. Only in relation to our imagination can things be called beautiful or ugly, well-ordered or confused._Baruch Spinoza
1.
어떤 '상상력'은 그의 마음속에 일어난 특별한 작용이다. 전체성의 관성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건. 일상적이지 않은 시간성으로 접어드는 일은 '인식'하는 자 홀로 도착 가능한 지점이 아니다. 온전히 바깥에서 주어지는 어떤 감각. '아름답다'라고 생각한 세계의 흉측한 이면이자, '질서' 속에 느닷없이 도착하는 '무질서'. 이는 결코 자기 동일자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2.
우발적인 일을 마주한 존재자는 서둘러 언어를 찾으려 애쓴다. 불가해한 일을 재빨리 인식으로 환원하며, 안정을 찾으려는 동일자의 섭식행위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어떤 것 앞에 완전히 패배하고 만다. 인식하는 이의 권리라 생각했던 일을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철저한 불능 상태.
그러나, 무능한 주체성 안에서 비로소 낯선 것은 시작될 수 있다. 모나드의 단단함이 균열되고, 으스러질 때만 도래할 수 있는 어떤 바깥. 순간, 절대적으로 다른 곳에서 도착한 기이한 '상상력'은 극단적으로 증폭된다. 가장 약한 것 안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아찔한 심도를 갖는. 결코 '일컬어질 수 없는' 이름은 오직 무명자로만 '상상'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