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를 낯설게 만드는 이상한 축복
오늘의 한 문장 읽기, 명언 비평(24)
"때때로 독서는 생각하지 않기 위한 기발한 수단이다."_아서 헬프스
Reading is sometimes an ingenious device for avoiding thought._Sir Arthur Helps
1.
'생각하지 않기 위한' 독서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딱딱한 모나드를 좀 더 단단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 뿐인 읽기. '기발한' 행위는 타자를, 자기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악을 평범하게 만드는 사유 없음. 자기 동일성을 강화시키는 책 읽기는 결코 열리지 않는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위에서 타자를 해체하는. 끔찍한 위선은 뜯긴 살점을 질겅거리며 씹는다.
2.
어떤 '독서'는 '얼어붙은 내면'을 깬다. 도저히 균열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이를 향한 낯선 도끼질. 그것은 엄청난 폭력이나, 동시에 그를 구원할 유일한 방법이다. 전혀 다른 존재로 조각하는, 거칠게 도착한 문장. 비로소 그는 활자화된 장소 안이자 바깥, 전혀 다른 곳에 머문다. 우리 모두를 낯설게 만드는 이상한 축복. 서로 들리게 만드는 기이한 조우는 독서로 가볼 수 있는 궁극의 모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