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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Mar 15. 2023

오직 당신만을 그곳으로 초청하는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죽음에 대하여」 읽기(7)



1.

  '삶'에서 유일무이한 '침묵'의 순간. 절대적 타자는 오직 당신만을 그곳으로 초청한다. 온전히 홀로 감내해야 하는 각자성의 '순간'. '대신'할 수 없고, '배울 수도 없는'. 시작과 끝이 엉킨 순간은,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다. 어떤 탈주나 도주로를 생성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인 끔찍한 사건. '진행 단계가 없는 절대적 무화'는 느닷없이 들이닥칠 것이다. 

  

2.

  '존재의 중단'은 사유될 수 없는 절대다. '신비'의 형식으로 물러나있는 '해석'되지 않는 시간. '존재'의 본질은 결국 '밝혀지는 것'으로 남는 '비밀'이 아닌, 끝없이 불가해한 심연이다. 결코 명증 될 수 없는, '스스로 드러나는' 자의성. 감출 비밀마저도 없는, 기관 없는 신체는 오직 그곳에 있다. '생각'할 수 없고, '이해'될 수도 없는 타자의 존재. 어떤 텅 빈 점은 완벽한 '투명함' 가운데, 이미 내재해 있다. 


(37~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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