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게릴라처럼(2)
유튜브 읽기 / 아방가르드, 미학
아름다움의 날개
곳곳에서 죽었던 시인이 살아난다. 왜소해진 이들의 차이 없는 공간에서 그들은 노래한다.
"이 순간, 해야만 하는 것을 멈추겠다.
일상 너머의 아름다움을 감각하겠다."
헨델의 곡이 흐르며 위반의 외침은 시작되었다. 무표정하게 굳었던 이들의 표정에 호기심이 어린다. 특히 엄마는 부드러운 미소로 아이의 손을 잡는다. 사람들은 비로소 서로를 응시한다. 지금의 삶이 전부라고 믿는 일상을 벗어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시스템의 논리에 의해 구획된 푸드코트는 균열된다. 빈틈으로 아름다움이 흘러 들어오며 시스템은 멈춰버린다. 사람들의 관성적 '판단도 멈추고, 지각과 오성은 서로 놀이'(칸트)하듯 이 순간을 만끽한다. 아름다움에 의해 열린 틈은 자신의 음식과 교환행위에 집중하던 이들에게 '타자의 얼굴'(레비나스)을 선물한다. 감격하는 서로의 얼굴에서 진리를 발견한 이들은 자아와 타자 사이의 간극마저 밀쳐낸다.
돈을 받고 음식을 건네고, 임금을 받고 청소를 하고, 지불한 음식을 먹는 행위는 모두 중지된다.
오직 아름다움의 날개만이 공간을 보듬는다.
두 팔을 벌려 충만하게 감각하는 순간
더 이상 그들은 이곳에 있지 않다.
아니 이곳에 온전히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와 위반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를 떠올려보자.
엄숙한 교장의 훈화 시간에 찰스는 갑자기 일어난다. 미리 준비한 수화기를 들고 외친다.
"하나님의 전화인데 당장 여학생을 입학시키랍니다."
푸트코트의 첫 번째 여인이 노래를 시작할 때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할렐루야를 외친다. 그들의 플래시 몹(flash mob)은 '죽은 시인의 사회'의 위반과 동일하다. 부동의 자세로 들어야만 하는 조회시간의 엄격함. 조용히 먹고 사라지는 푸드코트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차이 없는 일상을 먼저 감각한 이들의 위반행위가 다르지 않듯.
아방가르드의 미학
아름다움의 순간은 대가 없이 도래하지 않는다. '찰스'는 교장실에서 매질을 당하고, '첫 번째 여인'은 홀로 일어날 때 부끄러움을 감내한다. 일상을 균열 내는 '전위대'의 희생은 아름답다. 딱딱한 고정관념, 선입견의 틀속에 함몰된 이들의 삶을 전복하기 위해 '아방가르드'가 필요한 것이다.
그들의 위반으로 아름다움이 도래할 빈틈이 생긴다. 폭주하는 시스템에 브레이크를 거는 전위대는 모두를 위한 순간을 생성한다. 비로소 우리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오성적 판단이 중지되며 새롭게 느껴지는 감각은 인간을 생동하게 한다. 아름다움의 축복 아래 분리되어 있던 모든 것들이 합일된다.
내면의 이해받지 못했던 또 다른 자신과, 일상에서 결코 타자와 연대할 수 없던 불가능이 순간 가능해진다. 이 무용한 순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서로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이때. 전적인 환대의 가능성이 타자에게로 마법같이 열린다. 오직 아름다움이 그들을 지독한 고정관념과 시스템의 구획에서 건져낸다.
We are the champions
마지막 환희의 순간. 우리는 그 이상, 너머의 존재라며 두 팔을 올리며 감각한다.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이자, 지금 여기서 아름다움에 참여한 이들과 연결된 존재라는 자각. 나 자신이자 무한한 타자와의 연합 속에서 모두 승리자가 된다.
Deine Zauber binden wieder,
엄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Was die Mode streng geteilt
신비로운 그대의 힘은 다시 결합시킨다.
Wo dein saufter Fuegel weilt,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Wem der grosse Wurf gelungen,
위대한 하늘의 선물을 받은 자여
'베토벤 합창 중'
일상에서 승리의 기쁨을 느끼는 일이 얼마나 드문가. 경쟁 속에서, 타인의 시선에서 우리는 패배하기 쉽다.
경쟁이 아닌 놀이, 타인의 시선과 나의 내면이 조화로운 순간. 진리의 합일로서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기쁨. 베토벤의 합창의 희열이 이곳에서 재현되는 것이다.
콘서트 홀이 아닌 공간, 어떤 대가도 없는 노래는 무용하다. 그러나 쓸모없음 때문에 오히려 이를 구원한다. 오직 교환되고, 환원되기를 요구하는 시스템 속에서 잠시나마 탈주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절대적 타자와 조우한다.
지극한 감동은 순간이지만 영원토록 감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