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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한 상태를 직관하는 시간

「늙어감에 대하여」 장 아메리, '저항과 체념 사이에서' 읽기(1)

by 김요섭



1.

'흐르며', '스쳐 지나가는' 시간. 일반적 '현재'는 '어떤 시점'도 포착하지 못한다. '물리적 시간'으로 환원되지 않는, '우리'가 '살아낸 시간(temps vecu)'. '공간 형태의 메타포'로 서사화될 수 없는 주관은 오직 '침묵'의 형태로 묘사될 뿐이다. 어떤 '엔트로피',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은 '극단'의 '무질서' 안에 머문다. '열사(heat death)'를 향한, 모든 시간의 '소멸'. 죽음 안의 영광은 텅 빈 곳에 가득 차있다.


2.

'시간'은 '내적 감각'의 형식이다. '공간' 감각처럼 '외적' 형태로 지시될 수 없는 불명확함. 텅 빈 '감정'은 '같은 시간대'에 부딪혀 올 타자를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다. '손가락'으로 지칭할 수 없는, 비가시성 안에서 머무는 존재. 어떤 '시간'은 '자아와 우리가 처한 상태'를 다르게 '직관'한다. 무엇이든 가능한 감각의 부재로 흐르는, 늙어감의 시간. 덩어리로 뭉쳐진 것은 '할 수 있음'과 결코 마주치지 않는다. 철저히 유리된, 장소 없음으로 들어오는 서늘한 망각.


(21~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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