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안의 망각, 중첩된 시간
「늙어감에 대하여」 장 아메리, '저항과 체념 사이에서' 읽기(7)
1.
늙어감만이 '담을 수 있는' 뭉쳐진 사건의 덩어리. '기억함으로써' 자신일 수 있는 '내화(內化)'는 '시간의 무게'를 견뎌낸다. '외화(外化)'의 부재로 인해, 집중되는 내밀성. 오직 기다림 안의 망각은, 다만 기억을 향한다. '내면'의 고유한 감각을 담지하기 위한 '언어의 상징화'. '공간의 메타포'를 전유하는, '순수 시간'은 불가능 속에서도 무엇보다 선명하게 도착한다. '외적 감각'보다 훨씬 단독적인, 전적으로 다른 장소성.
2.
'의사소통'의 현상학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공간은 '시간'과는 다르다. 타인의 장소성과 겹쳐지는 정주의 형식. 그러나 '더불어 혼자 있을 따름인' 감각은, '공간 감각'으로는 파악될 수 없다. 오직 홀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순간의 중첩. 계속해서 '짙어지는' 계절은 '존재의 밀도'이자, '살아낸 시간'을 창조한다. '현재'라는 장소성 너머, 침윤하는 켜켜이 묵은 기억들. 어떤 '직관'은 공감각의 상실이 선물하는 서늘한 겹침은 아닐까.
(47~4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