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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불가능한 순간 써내려가는 어떤 서명

「비밀의 취향」 자크 데리다, 마우리치오 페라리스 대담 읽기(35)

by 김요섭



1.

무책임만이 감당할 수 있는 '지고한 책임'. 어떤 서명은 오직 불가능한 순간 써내려 간다. 귀속될 수 없는 언어의 문제. '소유(propriete)'될 수 없음으로 다가가는 낯섦은 '탈전유(expropriete)'와 만난다. 그것에도 속하지 않고, 나에게도 소속됨 없는. 최종 목적지는 전적인 '중단'의 지점에서 출발할 뿐이다. '해체' 중일 경우만 모습을 드러내는 장소 없음. 무명자만이 '태생, 토양, 핏줄'의 아이러니를 이해할 수 있다.


2.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풀 수 없는 매듭이 아니다. 칼로 잘려버린 폭력의 흔적. 인내심이 부족한 이들의 기다림 없음은 난폭함을 발생시킨다. '논의, 논변 구성의 부족'과 맞닿는 담론의 상실. 그러나 '정초(fondement)'될 수 없는 신들림은, 우리를 향한 '우정 어린 태도'일지 모른다. '지음(知音)'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죽음에 다가서기. 유한한 삶은 절망 속에서 '진정한 대립'을 표시할 수 있을 뿐이다. 단지 존재의 매듭 자르기일 수 없는, 기이한 '과업'


(168~173p) 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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